임혁필하면 아직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 '개그 콘서트의 세바스찬' 이라고 해야 대부분 '아~'하며 무릎을 친다. 자기 이름보다는 인기를 끈 출연 캐릭터로 짧게 승부하는 개그맨의 숙명이다. 한동안 개그 프로에 뜸했던 그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올 봄 개봉할 코미디 '좋지아니한가'다. 놀랍게도 상대역은 섹시 여배우의 지존으로 알려진 김혜수다. '타짜'와 '바람피기 좋은날'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글래머 스타다. 임혁필은 "같이 연기할 파트너가 김혜수라는 말에 조건도 보지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동료와 친구들은 "내가 김혜수의 상대 역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자랑에 "헛소리 마" 차가운 냉소로 일관했다. 개그맨이 또 개그를 하냐 는 식으로 푸대접을 받았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임혁필은 속이 탈수 밖에. 영화 홍보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이같은 진실(?)을 믿지않는 동료 개그맨들이 많다는 푸념이다. '좋지아니한가'에서 임혁필은 무협작가를 자칭하는 백수 미경(김혜수)과 늘 붙어다니는 동네 친구 성식으로 등장한다. 미경이 실연을 당하고 사고를 칠 때도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않는 의리파지만 얼뜬 성격에 눈치까지 없어서 오히려 화를 키운다. 안타깝게도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적은 탓에 '베드신은 없다'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이번 영화 캐스팅은 정윤철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 덕분. 평소 그의 차분하고 진지한 자세를 눈여겨봤던 정 감독은 김혜수의 어리보기 친구역에 '세바스탄이 딱이다'라며 낙점했다. 평소 김혜수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임혁필도 다른 일정들을 제쳐놓고 흔쾌히 본격적인 연시 수업에 나섰다. '좋지아니한가'는 이들외에 천호진 박해일 황보라 문희경 정유미 이기우 등 개성파 배우들이 대거 출동하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어쩌다 한 집에 같이 살게된 가족답지않는 가족이 펼치는 갖가지 소동을 다뤘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