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 한국 프로야구 구단 홍보 관계자들은 대만 프로야구를 견학하러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대만 프로 선수들의 유니폼에 부착된 각종 광고 문구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 것이다. 당시 대만을 다녀온 홍보 관계자는 “대만 프로야구가 우리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마케팅에서는 한 수 앞서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의 기발한 수익 활동에 놀랐다”고 밝혔다. 수입 증대를 위해 활발하게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은 ‘프로야구 원조’인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비근한 예가 지난 16일 일본인 투수 마쓰자카의 보스턴 레드삭스 스프링캠프 입소 기자회견이다. 보스턴은 신인 투수 최고 몸값(1억 311만 달러)을 주고 영입한 마쓰자카의 특별 인터뷰를 하면서 배경판으로 일본 한 전자회사의 로고를 넣은 배너를 걸어 광고효과를 노렸다. 이처럼 대만, 미국 등 각국 프로야구에서는 갖가지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펼치며 수익 증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관중 감소, 선수 몸값 상승 등으로 적자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로서는 모두가 주목해야 할 마케팅 활동들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칙위원회를 통해 구단들의 마케팅 활동을 측면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유니폼에 부착하는 기업명 광고를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규칙위원회 논의를 걸쳐 총재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 너무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구단들이 실질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먼저 도입이 예상되는 방안이 유니폼 광고다. 지금은 유니폼 상의 한쪽 팔소매에 스폰서사 이름이나 로고를 붙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양쪽 팔소매에 부착하고 스폰서료를 더 받는 방안, 또 헬멧에 허용하고 있는 40cmx2cm 크기의 광고를 좀 더 늘리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유럽 축구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유니폼 앞이나 뒤에 스폰서 업체명을 프린트해 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프로축구단인 첼시가 삼성전자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유니폼 상의 앞면에 ‘삼성 모바일’이라는 영문 광고 문구를 다는 것처럼 프로야구단 유니폼에 본격적인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한국 프로야구 경기 규칙 1.11조에는 유니폼에 대한 조항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 현재 (h)항에서는 유니폼의 어떤 부분에도 상업광고에 관련된 휘장이나 디자인을 붙여서는 안된다. 단 유니폼의 상의 소매 1개소에 한해 60㎤ 이내의 광고를 허용한다고 돼 있다. 또 (i)항에서는 리그는 소속한 팀의 유니폼 등에 선수의 이름을 붙이도록 규정할 수 있다. 선수 이름 밖의 다른 것을 붙일 경우에는 리그회장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이름을 붙이도록 확정되면 팀 전원의 유니폼에 붙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적시돼 있다.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니폼이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규칙의 개정과 총재의 승인이 선결돼야 한다. 다행히 KBO와 각구단이 수입 증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유니폼 및 장비의 스폰서 광고 허용이 요구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조만간에 스폰서 광고 증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구단 명칭 대신 스폰서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수들이 입고 경기에 나설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에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주장 존 테리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 삼성은 2005년 5년 계약으로 첼시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삼성 그룹 제공.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