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여성 그룹 SES와 핑클은 당시 획기적인 출현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예쁜 인형 같은 외모에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가녀린 몸매, 여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음악스타일 등은 좀처럼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남성 팬들을 누나부대로 이끄는데 한몫했다. SES와 핑클의 성공으로 이후 이들을 모방한 아류 그룹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형만 한 아우는 없다’고 했던가? 차별화 없이 비슷한 이미지와 노래로 승부하려는 여성그룹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갔다. 물론 쥬얼리, 슈가, 천상지희를 비롯해 지난해 데뷔한 씨야, 브라운아이드걸스에 이르기까지 인기 여성그룹들이 있기는 하지만 ‘돌풍’이라 표현될 만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거나 대중을 선도하는 대표 여성 그룹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SES와 핑클을 비롯해 베이비복스, 쥬얼리, 슈가, 샤크라 등 인기 여성그룹 멤버들이 솔로로 전향하고 있는 실정이라 현재 여성대표그룹을 꼽기란 더욱 어렵다. 남자그룹의 경우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도 H.O.T, 젝스키스, 신화, god, SG워너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등 꾸준히 그 시대를 대표하는 남성그룹들이 있어왔던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상반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잇따라 여러 여성그룹들이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원더걸스, 캣츠, 베이비복스 리브 등. 먼저 박진영이 프로듀싱을 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원더걸스는 현재 포탈사이트 네이버 국내 가수 인기검색어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원더걸스는 10대들로만 이루어진 5인조 여성그룹으로 멤버 중 민선예가 2001년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최종 선발된 인물이라 눈길을 끈다. 또한 베이비복스 2기인 베이비복스 리브는 섹시함을 주 무기로 올해 초 1집 앨범을 발표했으며 연기자 양미라의 동생 양은지가 멤버로 포함돼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엉덩이를 흔드는 ‘힙 쉐이킹 댄스’ 장면이 삽입된 뮤직비디오가 한 방송사 심의에 걸리면서 또 한번 이슈가 되고 있다. 추소영, 오승은, 배슬기로 구성됐던 더 빨강의 2기로 등장한 캣츠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늘씬한 몸매를 앞세워 ‘가창력은 빅마마, 외모는 핑클’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대중의 높아진 안목과 취향으로 외모뿐만 아니라 가창력, 댄스, 곡의 완성도, 연기력과 재치 등을 두루 갖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엔터테이너를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ES와 핑클이 누나부대를 이끌며 대중을 선도했던 것처럼 남성그룹에 버금가는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여성 대표 그룹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hellow0827@osen.co.kr SES(왼쪽)와 핑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