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비원을 푼다'. KIA의 새로운 소방수 한기주(20)는 지난해 투수 한 명이 팀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한기주는 계약금 10억 원을 받고 입단했지만 시즌 중반까지는 선발투수로 낙제점을 받았다. 몸쪽 승부를 못했고 컨트롤과 변화구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거기에 단조로운 피칭 패턴으로 상대 고수들에게 쉽게 읽히는 그런저런 투수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8월부터 선발 보직을 버리고 미들맨으로 나서면서 3이닝 소방수형 투수로 거듭났다. 이때부터 몸쪽승부를 펼치기 시작했고 상대 고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150km짜리 벼락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간다면 아무리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움찔하기 마련이다. 몸쪽 직구가 살아나면서 슬라이더도 동시에 위력을 발휘했고 8개팀 감독들은 한기주를 후반기 최고투수로 꼽았다. 그런 한기주가 올해부터 소방수로 나선다. 전신 해태와 KIA가 오랜만에 찾은 그럴 듯한 소방수다. 가장 최근 해태-KIA의 막강한 소방수는 98년 임창용이었다. 98시즌 8승7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던 임창용의 삼성 이적과 함께 해태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2001년 중반 해태를 인수한 KIA 역시 지난해까지 6년 내내 소방수 악몽에 시달렸다. KIA가 4번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패퇴한 이유가 바로 소방수 부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진우 진필중 등 여러 명이 소방수로 나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한기주의 등장과 함께 KIA도 쓸 만한 소방수를 갖게 됐다. 한기주는 지난해 소방수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서정환 감독은 '애니콜'이 따로 없을 정도로 중요한 순간마다 한기주를 불렀고 한기주는 완벽하게 기대에 부응했다. 이미 서 감독도 지난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2007년 소방수로 한기주를 기용하겠다고 천명했다. 한기주는 올해는 40세이브를 달성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의 구위를 감안한다면 결코 허황된 수치는 아니다. 그는 1이닝은 퍼펙트로 막아낼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미야자키 캠프에서 서 감독의 각별한 배려를 받으며 체인지업 등 구종 변화도 꾀하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현대야구는 소방수 없이 우승하기 힘들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만일 한기주가 40세이브를 달성한다면 프로야구 최연소 기록이다. 그보다 97년 해태 시절 마지막 우승 이후 10년 동안 변방으로 밀려난 KIA가 프로야구의 강자로 복귀한다는 의미이다. '신형 소방수' 한기주가 10년 묵은 KIA의 숙원을 풀어주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