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연기는 잘 하지도 못하고 자신도 없다"던 하지원이 감동 코미디 '1번가의 기적'으로 설 연휴 박스 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번 영화는 흥행에 상관없이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찍었습니다. 그래서 윤제균 감독님이 시놉시스만 들고왔을 때 그 열정에 감동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고요. 그래도 사람 마음은 간사하네요. 개봉일이 다가오니까 왠지 떨리고 흥행을 바라는 욕심이 듭니다."
'색즉시공'으로 호흡을 맞췄던 윤 감독, 임창정과 다시 만나 찍은 영화가 '1번가의 기적'. 달동네 철거민들의 애환을 눈물과 웃음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16~18일 41만여명 관객을 끌어모으며 십수편 영화들이 경쟁을 벌인 설 극장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차태현의 '복면달호' 25만5000명, 3위 김혜수의 '바람피기 좋은 날' 22만명, 4위 설경구 김남주의 '그놈 목소리' 18만명, 5위 신현준 권오중 최성국의 코미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13만명의 순서였다.
한국영화가 설 연휴를 휩쓴 가운데 '1번가의 기적'은 2위와 15만명 가까이 격차를 벌였다. 하지원은 "영화 속 명란의 삶을 살기 위해 진짜 복서들하고 똑같이 훈련을 받았다. 일에는 악바리 소리를 듣는 내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고 찍은 영화다. 그래서 애착이 더 간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TV 드라마 '황진이'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2004년 '신부수업' 이후 '키다리 아저씨' '형사' 등 영화 출연작들은 흥행에서 별 재미를 못봤다. 영화 배우가 스트라이크 3개를 먹고 나면 여러모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들어오는 시나리오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그래서일까. 3전4기 '1번가의 기적'에서는 새삼 그녀만의 포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마른 체격에서 복서처럼 체지방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4kg을 더 뺐다. "복서들은 양념이 들어간 음식은 일체 안먹는다. 촬영 기간 동안에는 그 좋아하는 김치 한점도 안먹었다"고 애환을 밝혔다.
영화 개봉날인 14일, 하지원 10년만에 학사모를 썼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장을 들고 마냥 기뻐했다. "연예인이라고 학점이나 출석 관리가 더 편한 건 없어요. 지난해에는 정말 이를 악물고 졸업을 목표로 했어요. '황진이'랑 '1번가의 기적'을 찍으면서 학교를 다니자니 정말 죽을 맛이었죠."
그래도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학사모와 영화 흥행, 그리고 드라마 성공까지. 요즘 한가지 꿈을 자주 꾼단다. "학교 앞에서 남자친구가 오토바이 타고 기다리는 꿈에요. 숫기가 부족한 성격이라 고등학교 때 별다른 추억거리를 만들지 못해서 그런건지..." 지금 꾸는 꿈만큼은 현실에서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 '살인미소' 김재원이 렉서스 오픈카를 몰고 세일러 교복 입은 하지원을 교문 앞에서 기다렸으니('내사랑 싸가지'), 역시 영화배우란 꿈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다시 태어나면 스캔들도 많고, 더 카리스마 있는 연기자로 살고싶다"고 했다. 지금의 자신은 일과 연기에 빡빡하게 살다보니 아직 연애할 생각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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