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나는 재미난 수학 선생님?"
OSEN 기자
발행 2007.02.20 14: 54

‘색즉시공’ 이후 5년만에 다시 만난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1번가의 기적’(윤제균 감독, 두사부필름 제작)이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을 위해 들어온 철거깡패 필제(임창정 분)가 소박한 꿈을 갖고 사는 1번가의 사람들과 만나 일어나는 일을 그린 휴먼코미디물. 윤제균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1번가의 기적’을 단순한 코미디로 규정짓기보다는 감동을 담은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 감독은 자신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으로 비유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바는 진솔한 인간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유쾌하고 코믹하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1번가의 기적’은 윤 감독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윤 감독의 ‘색즉시공’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2002년 12월에 개봉했던 ‘색즉시공’은 대학생들의 생활을 담은 영화처럼 보이기 쉽지만 사실은 낙태라는 소재를 풀어내기 위해 대학생활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색즉시공’에 한달 가량 앞서 개봉했던 ‘하얀방’(임창재 감독)은 낙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미스터리 공포스릴러물였다는 점과 확실하게 비교가 된다. 뿐만 아니라 ‘1번가의 기적’이 제작되던 비슷한 시기에 도시 속 판자촌을 소재로 한 ‘특별시 사람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1번가의 기적’이 일동-이순 남매와 덕구, 그리고 하지원과의 대립 구도로 코믹하다면 ‘특별시 사람들’은 판자촌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빈민촌이라는 소재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윤 감독은 “1+1=2라는 공식을 가르친다고 하면 나는 진지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설명하는 수학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연출의도를 명확하게 집어냈다. 윤 감독의 연출의도가 잘 맞아 떨어졌는지 ‘1번가의 기적’은 설날 연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6일만에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 모은 ‘1번가의 기적’이 계속 흥행세를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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