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가 수난이다.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올해 야구가 기지개를 켰지만 뜻하지 않은 두 가지 사안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MLB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23일(한국시간) AP통신에 의하면 메이저리그의 스테로이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위촉된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이 각 구단이 집결한 캠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버드 셀릭 커미셔너로부터 스테로이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 조사팀 수장에 임명된 미첼은 그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좌불안석이었다. 그는 "구단과 선수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다"며 메이저리그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던 형편이었다. 오프시즌 동안 특별한 활동을 벌이지 못했던 그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 퍼져 있는 각 구단 캠프에 수사팀을 파견해 수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각 구단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스프링캠프야 말로 일부 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 실태를 파헤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같은 날 메이저리그의 불공정 계약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메이저리그는 그간 한 지역에 거주하는 시청자가 다른 지역 구단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엑스트라 이닝'이란 패키지 프로그램을 판매해왔다. 어떤 팬이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인 디렉TV, 디시 네트워크를 통해 추가로 돈을 지불할 경우 1주일에 메이저리그 60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7년 7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받는 조건으로 엑스트라 이닝 패키지를 디렉TV에만 독점판매할 계획이다.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이지만 메이저리그가 케이블 및 위성방송에 이 프로그램을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에는 못미친다. 지난해에만 3개 매체를 통해 메이저리그가 벌어들인 돈은 1억 79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디렉TV 가입자를 제외한 모든 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타 지역에서 열리는 야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디렉TV를 통해 이 패키지 프로그램을 시청한 팬의 수는 약 27만 명. 케이블로 이 프로그램을 구매한 가입자는 18만 명이고 디시 네트워크 구매자는 5만 명에 이른다. 23만명에 달하는 팬이 올해부터는 로컬 구단 경기만 시청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다. 열렬한 보스턴 레드삭스 팬으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FCC에 메이저리그의 불공정 계약을 수사하라며 촉구했다. 수많은 팬들 역시 서명운동을 벌이며 메이저리그의 근시안적인 행정을 질타했다. 메이저리그가 금전적인 손해와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디렉TV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유가 있다. 오는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는 '베이스볼 채널'이라는 독자적인 방송국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디렉TV만이 별도 가입 없이 24시간 풀로 시청할 수 있는 기본 채널에 편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및 디시 네트워크는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만 이 채널을 볼 수 있는 유료(Pay per View) 채널을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야구의 대중성 강화를 위해 전문 채널을 만들려는 메이저리그로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디렉TV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셈. 그러나 의도했던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논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휘말리고 있다. 나름대로 장기적인 미래를 염두에 두고 독점계약을 추진했지만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회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미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재로선 스테로이드와 불공정 계약 수사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예측을 불허한다. 다만 희망찬 새 시즌을 앞두고 '협공 수사'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메이저리그가 시작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 점 만은 분명해 보인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