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바로 인내하라는 것과 몸만 앞서지 말라는 것. 베어벡 감독은 25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첫날 소집 훈련에서 인내에 대해 역설했다. 베어벡 감독이 유독 인내를 먼저 말한 것은 오는 2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 상대인 예멘의 전술이 수비 위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아시아지역 1차 예선에서 팔레스타인을 제치고 가까스로 2차 예선에 오른 예멘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 한밤에 열리는 원정경기에서 골을 뽑기 보다는 지키는 경기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이른 시간 선취골이 중요한 상황. 그러나 그동안 한국축구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약팀에게 선제골을 이른 시간에 뽑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를 들자면 지난해 열렸던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전 홈경기의 경우 일찌감치 선제골이 나오면서 골 폭죽이 터지며 대승을 거뒀지만 움베르투 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의 사퇴를 가져왔던 몰디브와의 독일 월드컵 예선전은 단 한골도 뽑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베어벡 감독은 이날 인내의 중요성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예로 들었다. 베어벡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풀햄과의 경기에서 먼저 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동점골을 뽑았고 힘든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 43분에서야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결승골을 뽑았다"며 "선제골, 결승골이 일찍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내를 갖고 계속 우리의 경기를 이어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어벡 감독은 데뷔전을 가진 이동국(28, 미들스브러) 역시 인내를 갖고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어벡 감독이 두번째로 주문한 것은 의욕을 너무 앞세우지 말라는 것. 이날 소집훈련에서는 주전을 꿰차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 베어벡 감독이 "열심히 뛰는 것은 좋지만 몸만 앞서 너무 많이 뛰는 것은 좋지 않다"며 "템포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이 몸만 앞세우지 말라는 것은 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자칫 오버 페이스해서 컨디션도 망치고 경기도 망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생각하는 축구로 더욱 노련해지라는 뜻도 숨어있다. 베어벡 감독은 이밖에도 정신력을 주문했다. 이날 훈련을 참관한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예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즈베키스탄 모두 힘이 넘치는 팀으로 어느 하나 얕볼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베어벡 감독도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아시아 강호라는 자만을 버리고 모든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르라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