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근성야구가 나의 스포테인먼트'
OSEN 기자
발행 2007.02.26 13: 16

'야구를 즐겨라. 그리고 악착같이 최고의 야구에 접근하라. 그것이 나의 스포테인먼트다'. 지난 24일 LG와 평가전을 마친 뒤 김성근 SK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서 취재 중인 한국기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당대 최고의 야구 이론가란 세간의 평에 걸맞게 김 감독은 무려 5시간에 걸쳐 그 유명한 '야구 강의'를 펼쳤다. 김 감독은 "감기에 걸렸는데 야구 얘기하니까 다 낫는 기분"이라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내보였다. 김 감독의 '강의'는 종횡무진이었으나 이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왜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이 "김 감독이야말로 스포테인먼트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 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 감독은 '야구를 즐기는 선수'를 좋아했다. 손가락 부상 뒤 분해서 울었다는 박재홍에 대해서는 "이뻐 죽겠다"고 했고, "뭘 시켜도 '못하겠습니다'라고 절대 안한다"며 최정에 대해서도 대견하다는 듯 소개했다. 이밖에 김광현-정상호 배터리를 두고는 SK의 미래라 여기는 듯 비쳤다. 조웅천 등 베테랑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이병규(현 주니치)를 관찰하기 위해 바비 밸런타인 롯데 마린스 감독과 문학구장을 찾았던 지난 가을 SK-LG의 최종전을 회고하며 "마지막 경기에 3000명 정도의 관중이 왔더라. 승패에 의미가 없지만 최종전을 찾은 관중들은 진짜 야구팬들이다. 앞으로 5개월간 야구를 못 보니까 온 것이다. 그런데 무성의한 플레이에 옆에 있는 밸런타인 감독을 의식해서 내 얼굴이 화끈할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즉 김 감독의 발언에는 일회성 깜짝쇼를 펼치고, 폭소를 자아내는 스포테인먼트가 아니라 고품질의 경기 자체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 묻어났다. 팬들을 모으려면 최고의 경기를 펼쳐야 되고, 그러려면 선수들이 야구를 즐겨야 된다는 지론이었다. 그래야 기량 향상을 위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감독은 훈련 중 잠깐이라도 투미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발견하면 "여권 줄까? 한마디만 한다"라고 했다. 이제 대장정의 끝이 보이기에 자기 여권을 찾아 귀국을 택할 선수는 없겠지만. sgoi@osen.co.kr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 회식서 신입 용병 투수 레이번이 따라주는 맥주를 받고 있다. 옆은 신영철 사장=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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