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오스카는 중국인과 중국 영화에 한줄기 빛을 던졌다.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가 아카데미의 핵심인 감독, 작품상을 휩쓴 것이다. 26일(한국시간) 할리우드 코닥극장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표면적으로 거장 마틴 스콜시지의 날이었다. 그동안 6번 도전에서 번번이 그를 밀어냈던 아카데미가 작품, 감독상을 동시에 선사했기 때문. 그러나 그 뒤켠에서 스콜시지와 함께 웃을 수 있던 건 바로 중국 영화였다. 아카데미의 핵심이랄수 있는 작품, 감독 두 부문 수상작들에 2년 연속 중국 대륙의 입김이 서렸기 때문. 지난해 감독상은 이안 감독이 ‘브로크벡 마운틴’으로 동양인 최초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올해는 ‘무간도’의 할리우드판 ‘디파티드’가 최고 작품으로 뽑혔다. 최근 중국계가 할리우드와 아카데미에서 거두고 있는 활약은 눈부시다. 한국 영화계가 홍콩 영화의 몰락을 비웃는 새 그들은 중국의 이름으로 점차 할리우드를 잠식하고 있다. 주윤발 공리 장쯔이 등은 할리우드 톱 클래스 배우로 성장했고, 오우삼 서극 이안 등 연출진들도 블록버스터 흥행작을 찍어내고 있다. 스콜세지의 수상도 이 같은 중국계 할리우드 파워의 저변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로버트 드 니로와 조디 포스트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발표 이후 할리우드의 진보파 주류였던 그는 ‘성난 황소’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 ‘굿 펠라스’ ‘순수의 시대’ ‘갱스 오브 뉴욕’ '애비에이터' 등 숱한 화제작을 들고 아카데미에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2년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그를 물먹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다시 맞붙은 올 아카데미.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아카데미가 이제 스콜세지의 팔을 들 때가 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홍콩 리메이크 작으로 후보에 오른 사실을 약점으로 꼽았다. 이같은 우려는 감독상 발표에 이어 작품상으로 ‘디파티드’가 호명되면서 깨끗이 씻겼다. 오히려 스콜세지의 손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홍콩 원작 ‘무간도’에 대한 할리우드의 평가가 어땠는 지를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려준 셈이 됐다. 또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단편 다큐멘타리 수상작으로 ‘양쯔강의 에이즈 고아’가 뽑혔고 수상 소감에 중국어가 등장하며 중국계의 성장을 알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