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려면 작년에 왔어야지". '빅초이' 최희섭(28.템파베이)이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면 한국 또는 일본에서 뛰겠다고 깜짝 선언을 하자 KIA 구단은 당장 반색하는 표정은 아니다. 물론 속마음이야 반갑기 그지 없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고민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26일 오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만난 정재공 단장은 눈 앞에 펼쳐지는 연습경기를 지켜보면서 본국에서 걸려오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정 단장은 "약혼녀가 일본 사람이라 아무래도 한국 보다는 일본쪽으로 가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하면서도 "오려면 작년에 왔어야지.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하니 우리의 고민만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민은 KIA는 3월 말까지 연고 출신 해외파 선수 가운데 우선 지명할 때 김병현(콜로라도)과 최희섭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느냐다. 정 단장은 "아직은 뭐라고 말할 것이 없다. 일단 3월 9일 캠프를 마치고 돌아가면 결정할 것이다. 누구를 선택하게 되면 고위층에 보고하고 결정을 매듭짓는 과정도 있다. 귀국해 하루 이틀 안에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병현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김병현이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데다 정작 중요한 본인의 복귀 의지가 없다. '먹기 좋은 떡' 최희섭을 놔두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감' 김병현을 낙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최희섭이 마음만 먹는다면 KIA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대우 조건이다. 정 단장은 조심스럽게 지난해 입단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정 단장은 "지난해 1차 지명을 앞두고 사실 양측에서 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막판에서 금액을 놓고 견해 차이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단장은 "우리가 제시한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는 없지만 LG에 입단한 봉중근 이상의 대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봉중근은 지난해 LG 입단하면서 계약금 10억 원과 연봉 3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봉중근의 견줘볼 때 최소 15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최희섭이 한국 복귀를 선언하게 된다면 아마 지난해 KIA가 제시한 수준에서 몸값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지난해의 계산일 뿐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몸값은 재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모회사인 KIA 자동차가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프로야구단에 거액을 쓰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