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미국이란 곳이 워낙 험악한 지역이다 보니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한 밤의 총격전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난 26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한 호텔. 현대 선수단이 묵고 있는 이곳을 탬파베이의 '코리언 3총사'가 찾았다. 다음날 일본으로 2차 전훈을 떠나는 현대 선수단을 마지막으로 보고 짐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브래든턴과 탬파베이의 홈인 세인트피터스버그는 차로 한 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 현대 선수들은 장비와 옷가지 등 짐을 트럭에 옮기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서재응 최희섭 유제국도 이에 합세해 짐 정리에 한 힘 거들었음은 물론이다. 짐을 거의 다 옮긴 뒤 서로 뿌듯해 하던 순간. 조용한 미국의 시골길에서 하늘을 찢는 듯한 총성 수 발이 갑자기 올렸다. 현지시간으로는 25일 밤 10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 미국 시골의 정적을 일순간에 깨는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총소리의 근원지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한 주유소였다. 불심검문을 실시하고 있던 플로리다주 경찰에게 때마침 현상수배범이 걸려든 것. 위기의식을 느낀 이 수배범은 먼저 총을 들어 경찰을 향해 쏴댔다. 천만다행으로 경찰은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어서 생명을 잃지는 않았다. 먼저 공격을 받은 경찰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총을 꺼내 보복사격을 가했고 경찰에게 대든 이 수배범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양측의 총격전이 오가던 살떨리던 상황. 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던 한국 선수들은 총이 발사되는 굉음과 함께 한 알의 총알이 짐을 실은 트럭 외부에 명중하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 불과 수 미터 차이로 생사를 오간 셈. 다리 힘이 죽 빠지려는 순간 서재응이 외쳤다. "모두 엎드려". 서재응이 '사인'을 보내자 나머지 선수들은 일제히 바닥으로 몸을 숙인 뒤 '낮은 보폭'으로 너나할 것 없이 숙소로 내달렸다. '걸음아 나 살려라' 외치며 수 십 명의 장정이 쏜살같이 트럭 주위를 떠나 호텔 방으로 긴급 대피했다. 선수들 중 몸값이 가장 비싼 서재응이 제일 먼저 숙소를 향해 줄행랑쳤고 신장 195cm에 체중 100kg이 넘는 거구 최희섭도 단거리 선수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피신했다. 현대 선수들도 저마다 대단한 스피드 능력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상황은 곧바로 정리됐지만 숙소에서 방문을 걸어잠근 선수들은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 없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지만 올 시즌을 새롭게 시작하는 탬파베이 3총사는 물론 어수선한 구단 상황에서도 필승의 의지를 가다듬고 있는 현대 선수들에게 한밤중의 총격 사건은 2007년을 상쾌하게 출발하는 '액땜'이었을 것이다. workhorse@osen.co.kr 스프링캠프서 나란히 몸을 풀고 있는 서재응-유제국-최희섭./세인트피터스버그=주지영 특파원 jj0jj0@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