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팬들은 컵스 팬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염소의 저주'에 걸린 컵스는 수 십 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고 있다. 이 마당에 지난해에는 꼴찌를 했다. 반면 더비 라이벌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도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지 가 매년 발표하는 빅리그 구단 자산가치에서 컵스는 화이트삭스를 압도한다. 그 이유는? 정답은 '운명적 컵스 팬들'이 어떤 성적이 나더라도 컵스를 저버리지 않아서다. 컵스의 사례를 우리 프로야구에다 치환시키면 LG 팬들이야말로 '트윈스는 내 운명'이라 여기는 이들이라 해야 될 듯 싶다. 지난 27일 밤. LG 선수단의 숙소인 이시카와의 로얄 펜션 가든 리조트. 저녁 7시부터 약 9시까지 김재박 감독 이하 트윈스 선수단은 오키나와 팬 투어 참관단 24명과 시간을 가졌다. 김 감독은 인사말로 "(공교롭게도 지는 경기만 2경기 보여드렸으나) 걱정하지 말아달라. 우리는 4월 시즌 개막에 포커스를 맞춰놓고 있다.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허지욱 LG 트윈스 아나운서의 사회로 팬들은 '김재박 감독에 관한 OX 퀴즈', '선수단을 징검다리 삼아 달리기 경주' 등, 오키나와 전훈 투어 아니면 평생 해보기 힘든 이벤트를 함께 했다. 지난 1995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재개된 탓에 아직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부모와 동행한 10살도 채 되지 않았을 어린이부터 LG 트윈스 창단 이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참관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은 60대 LG 할머니까지, 두텁고 끈끈한 팬들의 트윈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구단 역시 박명환-봉중근-박용택 등 간판급 선수에다 하리칼라-발데스 등 용병까지 전 선수단이 행사 끝까지 팬들과 함께 해 성의를 다했다. 행사 종료 뒤에는 전체 선수단과 팬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추억을 남겼다. 이번 이벤트 운영을 총괄한 조주한 트윈스 마케팅팀 대리는 "기본적으로 향후에도 계속 행사를 열 생각이다. 보완점을 연구해서 내년에는 숫자를 더 늘리겠다"라고 밝혔다. sgoi@osen.co.kr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서 열린 LG 연습경기서 응원하는 팬 참관단=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