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고 했던가? MBC TV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에서 부여와 동맹을 맺고 한나라와 전쟁을 앞둔 고구려가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됐다. 소서노의 고모이자 고구려의 개국공신인 채령의 엇나간 모정 때문이다. 고구려가 한나라와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는 한나라가 보낸 자객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전쟁 준비의 핵심인 철기방의 숙련된 야장들이 자객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태 수습을 고민하던 주몽은 궁궐수비대 대장 찬수의 직위를 박탈하고 하옥해 그 책임을 묻는다. 찬수의 어머니인 채령은 주몽의 처벌에 불만을 품고, 소서노도 주몽에 뜻에 따르자 거사를 도모한다. 전쟁 준비가 한창인 고구려 내부의 분란은 자멸의 길일 수밖에 없는 위기다. 채령이 주몽의 처벌에 불만을 품은 것은 아들을 위한 권력욕 때문이다. 죽은 줄만 알았던 유리왕자가 살아있고 고구려궁으로 들어옴으로써 채령은 고구려 건국의 한 축인 졸본 세력의 입지가 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졸본 세력의 약세가 아들 찬수의 앞날에 큰 걸림돌이라 여긴 채령은 양탁과 함께 역모를 꾀한다. 채령의 엇나간 모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채령은 졸본의 한 세력이었던 계루의 행수로 일하며 아들 찬수가 계루의 군장이 되기를 꿈꾼다. 비류의 송양 군장과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던 소서노가 부여에서 쫓겨나자 채령은 반란을 도모해 찬수를 계루의 군장으로 추대했다. 임신 중인 소서노를 먼 원행길을 보내는 등 악행을 일삼던 채령은 다물군과 합세한 소서노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소서노의 너그러운 용서로 죽음을 면한다. 그러나 위기를 넘긴 채령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고구려 건국에 일조했지만 채령의 마음 속에는 늘 아들 찬수가 대성하는 일만 그려져 있었고, 결국 역모를 꾀하게 된 것이다. 소서노가 그랬듯 주몽이 채령 일당을 제압하고 용서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의 엇나간 모정은 주몽과 소서노가 이루려는 대업에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