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도 '찬밥?', 요즘 극장가
OSEN 기자
발행 2007.03.01 10: 42

아카데미 고난 시대다. 적어도 한국시장에서는 그렇다. '아카데미 특수'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아카데미란 한국 관객들에게 바다 건너 그들만의 잔치일뿐, 국내 흥행과는 전혀 무관한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지난 26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6전 7기 도전 끝에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홍콩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 남우주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 영화는 작품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25개 부문에서 가장 핵심이랄수 있는 두 개의 상을 독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3일 기대를 안고 국내 개봉했던 '디파티드'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등 초호화 캐스팅에 스콜세지 연출이라는 덤까지 붙였지만 75만명 관객에 그쳤다. 웬만한 한국 코미디 영화 관객 동원에도 못미치는 흥행이다. 분장, 미술, 촬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수작 '판의 미로'도 지난해 11월 개봉에서 기대와 달리 롱런에 실패했다. 관객 동원은 50만명 수준(화진흥위원회 가집계). 두 영화 모두 재개봉 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1970~1980년대 '아카데미 특수'가 활개치던 시절에는 수상 결과를 갖고 다시 개봉해 대박을 친 사례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웬만한 개봉 외화의 DVD급 화질 동영상을 손쉽게 구할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지난해 작품상 수상작 '크래쉬'(폴 해기스 감독). 수상 소식이 알려진후 어렵게 극장 개봉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입사측은 '크래쉬'의의 불법 다운로드를 막아보려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재 개봉중이거나 예정인 외화들 가운데는 '드림걸즈' '바벨' '더 퀸' '라스트 킹' 등이 아카데미 수상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낭보는 낭보일 뿐, 그렇다고 수입사들은 특별히 스크린 수를 늘리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전세계 동시 개봉 방식을 택한 몇개 블록버스터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에 대다수 외화들은 1년 내내 추운 겨울을 보내는 까닭이다. 한국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인 셈. 외화도 작품성 등에 상관없이 엄청난 물량 공세로 만든 블록버스터들이 대규모 배급에 따른 잇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작 조차도 피해갈수 없는 게 바로 요즘 영화시장의 규모 싸움이고 '아카데미'란 금박에 더 이상 눈길을 돌리지않는 게 요즘 국내 관객의 성향이다. mcgwire@oc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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