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등번호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자신의 포지션을 의미하기도 하고 자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23번'이라는 번호로도 기억된다. 박찬호 역시 '61번'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다. 축구에서도 등번호는 특별하다. 우선 특정한 포지션을 의미한다. 통상 골키퍼는 1번을 달고 스트라이커는 9번이나 10번을 주로 단다. 요즘에는 8번을 달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4번은 중앙 수비수들이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번호는 바로 10번이다. 10번은 전통적으로 팀의 에이스들이 애용하던 번호다. 포지션은 딱히 정하기는 어려우나 공격형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다. 많은 스타들이 10번을 등에 달고 피치 위를 누볐다. 푸스카스 펠레 지코 플라티니 마라도나 마테우스 발데라마 개스코인 바조 베르캄프 하지 델피에로 지단 히바우두 오웬 토티 호나우디뉴 등 일일이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타가 많다. 한국 축구서도 역시 10번을 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영광이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각 K리그 구단마다 10번은 최고의 스타 혹은 스트라이커들에게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10번 자리는 항상 변화하고 있어 재미있다. 지난해 11월 일본과의 평가전을 위해 처음 소집된 올림픽대표팀에서 10번을 받은 선수는 백지훈(수원)이었다. 2006년 월드컵 당시 박주영이 10번을 달았기에 자연스레 10번은 그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박주영은 22번을 받았다. 중원을 장악하고 공수를 조율하는 백지훈에게 10번을 줌으로써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3달 후 재소집된 올림픽대표팀에서 10번이 다시 바뀌었다. 오장은(울산)이 10번을 단 것이다. 역시 베어벡 감독은 스트라이커보다는 중앙 미드필더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인 박주영은 이번에는 19번을 달고 뛰었고 백지훈은 14번으로 바뀌었다. 대표팀의 조준헌 주무는 "코칭스태프에서 알아서 등번호를 선수들에게 배정했다. 별다른 의미는 없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따로 달고 싶은 특정 등번호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0번은 상징성이 큰 번호이기에 많은 선수들이 10번을 달기 위해 노력한다. 박주영을 외면하고 백지훈과 오장은에게 돌아간 10번. 과연 올림픽대표팀의 10번은 최종적으로 누가 차지할 수 있을지 올림픽예선전을 보는 작은 재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bbadagun@osen.co.kr 백지훈-오장은-박주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