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가 너무 좋다". 해외에서 50여 일간의 장기훈련을 하다보면 쉽게 피곤해진다. 더구나 캠프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 팀은 훈련과 실전경기를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실전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더욱 피곤해진다. 이럴 때는 시원한 비가 내려 반나절 또는 온종일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야자키를 찾은 KIA와 두산 선수들은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다. 미야자키 지역은 매일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쬔다. 올해는 이상 고온 현상이 찾아왔고 건조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았다. 미야자키 TV 방송에는 고온 현상 때문에 이 지역 겨울 용품과 겨울 스포츠 산업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특집방송이 나올 정도다. 이렇다보니 선수들은 매일 초주검이 되도록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일부 선수들은 "이럴 때 비라도 한 번 씩 내리면 하루 정도 더 쉴 수 있는데 여긴 비도 안온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두산의 고참선수 장원진은 "훈련량은 역대 스프링캠프 가운데 가장 많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감독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서정환 감독은 "비 때문에 훈련을 쉰 적이 거의 없었다. 햇볕이 내리쬐면 더울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알찬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런 날씨라면 하와이와 비슷하다"고 흡족한 얼굴을 했다. 두 감독은 "물론 내년에도 미야자키 캠프에 훈련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미야자키의 날씨에 필이 꽂힌 셈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듣게 되는 선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올해는 이상고온이었으니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비도 오고 그러지 않을까"라고 자위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sunny@osen.co.kr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 쬐는 선마린스타디움에서 타격훈련 중인 두산 선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