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톱스타들에게도 안티팬은 있듯이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레 안티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칭찬 일색이었던 프로그램도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안티팬들의 표적이 된다. 물론 이 안티팬들 중에는 말도 안 되는 것을 트집 잡아 생떼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날카로운 비판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먼저 MBC 주말 특별기획 '하얀거탑’은 일본 소설을 바탕으로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쟁탈과 암투라는 획기적인 내용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최고다”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남성시청자들까지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하지만 최근 의료사고를 둘러싸고 법정 분쟁이 벌어지자 일부 시청자들은 장준혁(김명민)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최도영(이선균)의 고지식한 캐릭터 등을 문제 삼아 편을 갈라 응원하거나 초반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진 지루한 이야기 전개에 조금씩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인기 가족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역시 마찬가지다.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상황설정 등으로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시작하면서 20%대를 돌파하며 기세를 떨치자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몇몇 연기자들만을 지나치게 지지하거나 “OO 분량 좀 줄여주세요”, “러브라인 스토리가 너무 많다”는 등의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6명의 멤버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한도전’ 역시 요즘 들어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개성 강한 6명의 인기 스타들이 가식 없이 솔직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그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 ‘무한도전’은 최근 들어 소재고갈과 산만한 진행 등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대로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말장난이나 상대방 비난 등을 웃음거리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인기프로그램에 자연스레 안티팬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은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조금씩 무너지면서부터다. 물론 아무 목적 없이, 아무 이유 없이 딴지를 거는 악플러들도 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하거나 따끔한 충고를 가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안티팬들도 있다. 초반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높아져가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티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적절한 비판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안티팬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시하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한번쯤 귀 기울이는 것도 좀 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hellow0827@osen.co.kr
위에서부터 '하얀거탑', '거침없이 하이킥',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