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약팀으로 분류해주세요'. 나란히 일본 미야자키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는 두산과 KIA는 2일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서로간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서정환 KIA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은 경기 결과 보다는 새로운 선발투수, 불펜투수, 신인과 타순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하느라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부터 개막전을 생각하는 팀 운영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양팀 감독들은 전력 극대화를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구단 직원들은 서로가 약팀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모든 팬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부담스럽다. 이는 모든 프런트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두 구단 프런트들은 "처음부터 강팀으로 꼽히면 우리 팀에게 모든 관심이 쏟아진다. 특히 일찌감치 다른 팀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만일 그러다 성적이 안좋으면 온갖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차라리 약팀으로 출발해서 성적이 좋으면 그만큼 칭찬도 많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선마린스타디움을 찾은 박노준 해설위원도 거들었다. "오키나와 캠프를 둘러봤는데 SK가 지난해부터 우승 후보팀으로 부상하면서 부담스러워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이 긴장하고 그만큼 공동의 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김성근 감독도 강팀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며 웃었다. 김성근 감독처럼 다른 사령탑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약체팀으로 은근히 꼽아주길 바라는 측면이 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두산이 약체로 꼽힐 때마다 보란듯이 4강과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의 지도력과 용병술이 더욱 눈부신 이유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약체'라는 말이 참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