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상치 않은 가족의 이야기가 TV와 영화에서 서로 대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는 이를 환영하듯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40%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와 40%에 육박했던 KBS 2TV ‘소문난 칠공주’의 공통점은 모두 일명 ‘하자가족’(문제가 있는 가족)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하자가족’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했던 ‘가족의 탄생’은 혈육보다는 정으로 탄생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구미호가족’도 기대를 모았으나 흥행에서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3월 1일 개봉한 ‘좋지 아니한가’도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개봉 첫 주말이라는 잇점에도 예매율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TV와 영화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는 TV와 영화에 거는 기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매일 접하는 TV의 경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TV속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어도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는 말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TV에서 보여지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반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시청자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어떤 메시지를 느끼기를 원한다. 그리고 연속성이 있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완결된 한편의 이야기인 영화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직시라기보다 환상에 대한 충족에 가깝다. 이렇듯 같은 소재라고 해도 TV와 영화에서의 반응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TV의 경우 주제보다는 스토리 전개에 관심이 더 크고, 2시간 분량의 영화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각의 캐릭터에 주목하기 힘들다는 차이가 있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