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프리를 선언한 스타 아나운서들의 고뇌다. 눈 앞에 보이는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워 냉큼 한 입 베어 물었지만 뒷 맛은 떫디 떫다. 왜? 시청자들 인기로 웃고 울어야 할 그들의 앞 길은 이제 아나운서 쪽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월드컵 중계로 빅스타가 된 김성주 아나운서. MBC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달 말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프리 선언 움직임에 다급해졌던 MBC는 동료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무시하고 거액의 특별 보너스를 안겼지만 봉투는 그대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간부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등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당분간 김성주의 MBC 방송 출연에는 벽이 있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KBS를 떠났던 강수정은 본인의 기대와 달리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그 많던 KBS 출연 프로에서 하나 둘 밀려나기 시작했고, 타 방송과의 접촉 성과는 아직 수면 아래다. 김성주의 프리 선언을 접한 그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김성주가) 마음이 심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동병상련의 동질감 표현인 셈. 방송국의 비호 아래 탄탄대로를 걷던 이들이 굳이 프리 아나운서로 진출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아무리 큰 인기를 얻어도 동료들과 같은 급여 체계에서 보수를 받아야하고, 일은 더 많이 해야하는 평등 속 불평등에 빠져사는 불만감이다. 프리를 선언할 경우, 자신이 가장 원하는 스타일의 방송을 맡아 생활도 '프리', 보수도 '프리'하게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않다. 공채 출신 스타 아나운서는 방송사가 전력 투구해서 키우는 조직의 자산이고 보물이다. 프로그램 배정부터 이미지 관리까지 많은 부분을 알아서 책임져 준다. 2030 세대의 대다수 스타 아나운서는 이렇게 온실 속 화초처럼 성장한다. 간혹 김성주 아나처럼 케이블 방송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단계적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지만 드문 경우다. 프리를 선언하면, 조직의 보호막은 그 순간 사라진다. 기획사를 택해서 독립한다고는 해도 자신의 인기 관리에 직접 나서야하고, 원하는 프로를 얻기 위해 뛰어야한다. 사람들이 아는 새 모르는 새, 지금까지 프리를 선언했다가 조용히 사라진 스타 아나운서들이 상당수다. 개중에는 아나운서, MC를 포기하고 탤런트 등으로 전업하는 고초를 겪기도 한다. 손범수 정은아를 비롯해 이금희 임성민 황현정 김병찬 정지영 박나림 진양혜 등 숱한 프리랜서 가운데 예전의 인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높인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교양프로 등에서 세련된 말솜씨와 진행으로 빛을 발한 정은아가 정도가 성공 케이스. 쇼프로 중심으로 활동한 아나 출신 프리 MC들은 활동 무대가 의외로 비좁다. 그럼에도 당분간 스타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은 이어질 전망이다. 방송국에 남아서 앵커나 중역을 지향하지 않을 바에야 성공한 프리 아나운서, 즉 방송인이 누릴 혜택은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인기를 베고 살거나 인기에 베어지는 양날의 칼, 그것이 바로 프리를 선언한 스타 아나운서들의 진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