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하는 사람들이 의사다. 그런데 이런 의사가 병에 걸렸다면? 그것도 암이라면? 이것만큼 인간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설정이 또 있을까.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TV ‘하얀거탑’(이기원 극본, 안판석 연출)과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이정선 극본, 김형식 연출)가 주연급 인물들이 줄줄이 암에 걸리는 설정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얀거탑’에서는 이미 주인공 장준혁(김명민 분)이 담관암에 걸린 것으로 방송이 나갔다. 3월 4일 밤 방송분에서 장준혁은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는가 하면 수술 도중 쓰러지기도 해 정밀 검사 결과 담관암으로 밝혀졌다. 물론 장준혁은 아직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다음 과정이 눈길을 끈다. ‘하얀거탑’의 일본판 드라마에 의하면 장준혁의 수술을 담당하게 되는 의사가 바로 이주완 교수(이정길 분)이기 때문이다. 극중 장준혁과 이주완은 스승과 제자이면서 동시에 적대적 인물이다. 장준혁이 외과과장이 되는 과정에서 맞서 싸워야 했던 인물이고 의료사고를 둘러싼 법정다툼에서도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이주완 교수의 처지에서는 환자 장준혁과 인간 장준혁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 과정을 어떻게 처리할 지 ‘하얀거탑’ 제작진은 함구하고 있지만 원작을 중시하는 제작진의 방침상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설정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도 등장한다. 3월 5일 공개된 ‘외과의사 봉달희’의 7일분 방송 예고에 따르면 이건욱(김민준 분)이 폐암에 걸린 것으로 나온다.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이건욱은 안중근(이범수 분)과 매사에 충돌하는 인물이다. 흉부외과 서정환 과장(이기열 분)이 이끄는 라인에 안중근이 있다면 외과 이현탁 과장(박근형 분)의 라인엔 이건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안중근과 이건욱은 볼수록 매력적인 봉달희(이요원 분)를 놓고도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이건욱이 안중근에게 인간적인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폐암에 걸렸으니 그 수술을 맡아달라는…. 안중근의 심정이 이주완 교수와 비교될 만하다. ‘하얀거탑’이나 ‘외과의사 봉달희’나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과 병원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병원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극적인 설정의 끝에는 결국 ‘암에 걸린 의사’가 등장하고 있다. 의사들은 결코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인간으로 돌아온 의사’가 드라마의 막바지를 장식하며 국면을 뒤흔들고 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