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주니치 코치들이 이병규의 타격폼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 듯하다'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성근 SK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롯데 마린스 시절 이승엽을 '개조'해낸 김 감독은 "일본 코치들은 (결점이 발견돼도) 처음에는 손을 안 댄다. 그러다 실제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그제서야 교정에 나선다"는 요지의 발언을 들려줬다.
즉 일본식 지도 시스템의 관행을 이병규에 대입시키면 지금은 '그저 지켜보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병규의 현재 타격폼이 설혹 특정 코스-특정 구질에 취약점을 띠더라도 그렇다는 얘기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은 지난 1일 시범경기 스타트 이래 4경기 연속 이병규를 중견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여기서 그의 성적은 10타수 2안타(전부 단타), 볼넷은 1개였고, 삼진은 5개다.
아직 11타석이 전부였고 돔구장이라는 바뀐 환경, 바뀐 투수의 조건을 감안하면 예단은 섣부르다. 이승엽(현 요미우리)도 롯데 마린스 초창기 "돔구장에서 공이 잘 안 보인다"라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오키나와 차탄 캠프 인터뷰 당시 이병규는 "일본 투수의 공은 DVD로만 봤을 뿐이다. 아무래도 변화구가 관건인 듯한데 직접 맞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병규 스스로가 일본야구를 만만히 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이에 미뤄볼 때, 이병규는 지금 일본야구와 '주파수 맞추기' 단계라 볼 수 있다. 주니치 코치진이 이병규의 타격폼에 개입하기 전까지 선동렬-이승엽 등도 피해가지 못한 예의 '1년차 징크스'를 논하기엔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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