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태양이 만났다. 이것이 일식인지 월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베이징 올림픽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49)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하기로 결정한 선동렬(44) 삼성 감독의 인연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로 얽히고 섥히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시절 방장과 방졸을 시작으로 두산과 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두 번이나 묘한 인연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1년 두 사람은 방장과 방졸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고려대 4학년 때 갓 신입생으로 들어온 선수가 선동렬이었다. 두 사람은 합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다. 운동선수들에게 방장은 저승사자 보다 무서운 존재. 선배를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한다. 이후 김경문 감독이 졸업과 함께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선동렬은 이듬해 8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김경문은 OB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리고 선동렬이 85년 후반기에 괴물신인으로 해태에 입단하면서 다이아몬드서 대결을 벌였다. 선 감독은 한국를 대표하는 야구선수로 성장했고 김경문 감독은 포수로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얽히게 된 계기는 2003년 말 이른바 야구판에 휘몰아친 '선동렬 파동' 때문이었다. 당시 구단주나 다름없었던 박용오 KBO 총재는 주니치에서 2군 연수 중인 선동렬을 두산의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선 감독과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입단은 불발로 끝났다. 이미 김인식 감독은 물러난 상태였다. 두산은 급하게 차기 감독을 물색했고 김경문 배터리코치가 최종 낙점을 받아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경문 신임 감독은 2004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된 팀을 당당히 4강에 끌어 올리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표팀 선임 과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위원회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선동렬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선 감독이 아직 나이가 어리니 대신에 투수코치로 합류하겠다며 고사를 했다. 결국 선 감독을 배제한 상태서 김경문 감독이 최적격자로 꼽혀 태극전사를 이끌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결과적으로 김경문 감독은 선동렬 감독으로 인해 두 차례나 감독직에 오르는 묘한 인연을 낳은 셈이다. 그들의 별명이 태양과 달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제 달과 태양은 '제2의 시드니 영광’재현을 함께 노리게 된다. sunny@osen.co.kr 지난 2005년 말 야구인 골프대회서 한 조를 이룬 김경문-선동렬 감독이 라운딩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