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상황이 다급하게 됐다. 박찬호(34.뉴욕 메츠)가 비자 문제에 묶여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팀내 선발 경쟁자들은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다. 등판이 더 지체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구단이 박찬호의 취업비자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는 가운데 7일(이하 한국시간)에도 비자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8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등판을 하루 앞두고도 아직 모든 게 안개국면이다. 지난 3일 메츠 마이너리거들을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서 2이닝을 던졌지만 본인 표현 대로 정규 메이저리그 경기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크다.
박찬호가 주춤하는 동안 그의 경쟁자들은 연일 쾌투를 선보이고 있다. 3선발이 유력한 존 메인을 비롯, 4선발 후보 올리버 페레스, 박찬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마이크 펠프리와 얼레이 솔러 등이 힘을 내고 있다.
우선 지난 4일 볼티모어전에 선발등판한 존 메인은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메인은 향후 한 두 경기서 더 호투를 선보인다면 3선발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첫 등판서 극심한 컨트롤 난조를 보였던 페레스는 2번째 등판서 한결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 1일 디트로이트전에 선발등판한 페레스는 백스톱 뒤 카메라맨의 다리를 맞히는 등 제구력 불안을 노출하며 2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에 그쳤으나 5일 클리블랜드전에선 3이닝 탈삼진 3개 2피안타 1실점으로 한결 안정된 모습을 선보였다.
팀 관계자 및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펠프리 역시 흠결 없는 피칭으로 칭찬을 독차지했다. 지난 4일 LA 다저스전에서 펠프리는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처리하고 5선발 후보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내용이 돋보였다. 단 21개의 공으로 6타자를 손쉽게 맞혀잡아 베테랑투수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선발 후보군에서 다소 처지는 것으로 여겨진 솔러도 소리 없이 호투행진을 잇고 있다. 시범경기 2차례 등판서 5이닝을 소화하며 단 5피안타 1실점으로 안정감 넘치는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전 등판서 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호르헤 소사도 7일 클리블랜드전서 2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처리했다.
상황이 이런 까닭에 박찬호로선 보스턴전 등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번 등판 마저 건너뛰게 된다면 또 다시 며칠을 기다려야 하고, 경쟁자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등판이 무산될 경우 다시 한 번 마이너리거들을 상대로 실전투구를 할 수는 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정식 시험무대와는 차이가 크다. 하루 빨리 정규 시범경기에 등판해 경쟁자들과 직접 비교를 받아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7일 내로 비자가 발급된다면 박찬호는 다음날 경기에 예정대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중으로 비자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박찬호로선 '후발주자'로서 경쟁자들을 추격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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