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4.뉴욕 메츠)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겨우내 포심패스트볼과 각도 큰 커브(슬러브)로 재무장한 박찬호는 8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 선발로 나서 겨우내 가다듬은 구위를 점검했다. 박찬호는 지난 3일 마이너리거들과의 시뮬레이션 경기 등판한 적이 있지만 당시 경기는 여러 면에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박찬호의 등판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초반 대량 실점 위기를 관록을 앞세워 벗어난 점, 안정을 찾은 2회부터 여유있는 투구로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추가한 점에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1회 투구내용은 다소 기대에 못미친 게 사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문제는 역시 제구력이었다. 커브 및 체인지업의 제구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직구 컨트롤이 되지 않아 진땀을 흘렸다. 1회 상대한 5명의 타자 가운데 4명에게 초구 볼을 던지면서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그 결과 훌리오 루고, 데이빗 오티스, 매니 라미레스, J.D. 드류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이는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난 요인이었다. 이날 박찬호가 구사한 직구 스피드는 주로 80마일 후반대에서 형성됐다. 2회 2사 뒤 알렉스 코라를 상대로 90마일을 기록하긴 했지만 주로 86∼88마일에 맴돌았다. "직구 스피드 보다는 공끝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난 겨울부터 밝힌 본인의 언급을 되살리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 박찬호는 "포심패스트볼이 88∼91마일에 그치더라도 무브먼트가 살아나면 타자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박찬호 직구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자주 벗어난 까닭에 볼카운트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우타자의 안쪽 제구는 괜찮았지만 바깥쪽으로 구사하는 공이 계속 빠졌다. 1회 볼넷 2개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공끝을 살리는 데 주력하다 보니 공을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시험무대에 올라섰다는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고 닦은 슬러브 및 체인지업의 위력은 여전했다. 1회 케빈 유킬리스를 삼진처리할 때 구사한 공, 2회 마이크 로웰과 코코 크리스프를 평범한 뜬공 처리할 때 구사한 공이 슬러브와 체인지업이었다. 2회와 3회를 합계 24개의 공으로 처리한 데에는 물익은 변화구로 맞혀잡는 투구가 빛을 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날 경기가 올해 첫 정식경기 등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경기만 보고 속단하긴 어렵다. 상대가 아메리칸리그 최강타선을 자랑하는 보스턴이란 점, 비자가 발급이 늦어져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찬호는 정규시즌 개막 이전 3∼4차례 더 등판이 예상된다. 등판을 거듭하면서 투구수도 늘어난다. 다만 불안했던 1회를 나름대로 잘 넘긴 뒤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었다. 향후 투구에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