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는 필요할 때만 우리 편인가. 결국 '독이 든 성배'를 움켜쥔 주인공은 김경문(49) 두산 감독이었다. 오는 11월 대만에서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전 감독에 선임된 그는 공식 발표 직후인 지난 5일 저녁 일본 미야자키에서 OSEN과 취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도 '선수 구성 원칙'에 대해 절대 다수 야구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최고의 선수를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멤버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제대회인 만큼 해외파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어떻게 해외파를 불러올 것인가'란 방법론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필요한 선수라면 예우를 갖춰 정식으로 대표팀 참가를 요청할 것이다"고 말한 부분이 그랬다. 애국심을 들먹이며 '국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 식의 협박조 참가 요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해외파들의 대표팀 참가에 강제적 규정이 없는 현 시점에서 합류 여부는 전적으로 해외파들의 '선택 사항'이다. 설혹 참가를 망설인다고 '비(非)애국자'로 몬다면 과연 KBO(한국야구위원회)를 비롯 베이징 올림픽 티켓이 절실한 이들이 그동안 해외파들을 위해 무엇을 해줬는지부터 자문할 일이다. 평시에는 해외파들을 '한국 프로야구를 저버린 배신자'처럼 취급(올해에 한해 풀려있으나 KBO는 해외파들의 한국 복귀 시 2년간 활동 유예 조치를 두고 있다)하다가 전시가 돌아오면 '국가의 부름에 응하라'고 들이대면 불공평하다. 이 점에서 김 감독의 "해외파 예우" 발언은 신선하고 합당하게 들린다. KBO 역시 해외파들이 보다 마음 편하게 참가를 결심하도록 보험 등 제도적 보완에 치중할 일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