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왕'자 복근 드러낸 전쟁영화 '300'
OSEN 기자
발행 2007.03.09 09: 35

복부에 王자 새긴 300명 병사가 100만 대군을 물리칠수 있을까? 중국 무협지의 초절정 고수들로 팀을 짜야 가능할듯한 얘기다. 그러나 역사는 이게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기원전 480년, 서양과 동양의 대격돌인 테르모필레 전투다. 서양 시각에서 본 이 전투는 동양 야만인을 쓸어내고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신화 한토막으로 남았다. 서기 2007년, 서양 문명의 우월성을 강조할 테르모필레 전투는 할리우드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300'이다. 그리스를 침공하려는 페르시아와 이를 막고자 협곡에 진을 친 스파르타군은 한판 승부를 벌였다. 성경속 다윗과 골리앗의 신체 차이를 능가할 정도로 병력 숫자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스파르타 300에 페르시아는 100만이다. 알렉산더대왕의 동방 원정을 얘기할 때도 늘 이런 식이다. 서양쪽은 소수고, 동양쪽은 다수다. 새로운 전술과 앞선 문화로 승리를 거머쥐는 건 항상 서양이다. '씬 시티' 프랭크 밀러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300'도 이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동적이다. 300명 스파르타군을 신화급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100만 페르시아군은 더 야만스럽고 포악한 족속으로 포장했다. 인종적 관점만 무시한다면 영화 자체는 훌륭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병사 마다의 1대 다수 격투와 전체 전투 장면을 숨가쁘게 오가며 절로 감탄이 흘러나올 스크린 속 전쟁 미학을 과시했다. 피가 튀면서 팔이 잘려나가고 머리가 떨어지지만 크러쉬 기법 사용으로 호러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적절한 슬로 모션의 삽입과 줌 인, 아웃은 관객들에게 전장에서의 'K1' 명승부를 선사한다. 개성있는 캐릭터 묘사도 장점이다. 꽉 끼는 가죽 삼각 팬티에 핏빛 망토만을 걸친 채 등장하는 300명 스파르타 전사들, 명품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각자 자신의 배에 '王'자로 새기고 나왔다. 스나이더 감독은 300명 출연진 전원에게 8주간의 지옥 훈련을 요구했고 가뜩이나 신체 건장했던 배우들은 이를 완벽 '몸짱'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다. 고대 전사의 실제 싸움을 연상시키는 '300'의 전투씬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이전에 배우들의 갈고 닦은 체력과 무술 속에서 빛을 발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았던 제라드 버틀러를 비롯해 데이빗 윈햄, 레나 헤디 등 스타의 유명세는 없어도 연기력 탄탄한 중견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mcgwire@osen.co.kr 워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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