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대표하는 40대 연기파 남자배우 최민식(46), 송강호(41), 설경구(40) 3강 체제의 축이 기울고 있다. 맏형격인 최민식이 스크린 활동에 뜸하면서다. 송강호와 설경구는 1년에 두 세편씩 역동적으로 작품을 찍고 있지만 이 둘 사이에도 우열이 생기고 있다. 최민식은 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와 반FTA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공백기가 생겼다. 고정 팬이 확고했던 그에게 안티가 생기는 등 주변이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해를 꼬박 쉬었고 아직까지도 캐스팅 소식은 전무하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앞에서 이끌었던 그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1990년대 후반 '넘버 3' '조용한 가족' '해피 엔드' 등으로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2001년 '파이란'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뽐냈다. 전혀 연기 같지 않은 연기, 3류 양아치 강재 역으로 나온 그는 강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는 카피에는 아직도 연기에 푹 빠져있던 최민식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난다.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취화선'(2002) 에 이어 2003년 박찬욱 감독과 함께 한 '올드 보이'로 그는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연기에서의 정점은 '파이란', 배우로서 명성은 '올드 보이'로 이룬 셈.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후 그의 행보는 스크린 속 카리스마를 일상으로 끌고 나오는 잘못의 연속이다. '꽃피는 봄이오면'(2004)과 '친절한 금자씨' '주먹이 운다'(2005)에서 그는 '최민식의 연기'라는 틀안에 자신을 가뒀다. 사실상 지난 2년은 송강호-설경구의 투톱 시대다. 그러나 흥행이란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송강호가 다소 앞서가는 중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영화 최다흥행 기록을 세운 '괴물' 출연이 결정적이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이후 대박이 없었던 송강호는 3년만에 활짝 웃었다. 올해는 곧 개봉할 '우아한 세계'에 이어 '밀양' '박쥐' 등이 예정됐다. 이병헌 정우성 등과 함께 초호화 캐스팅으로 출연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내년에 막을 올린다. 배우에게 출연 섭외가 쏟아진다는 건 그의 현재 인기를 알려주는 척도다. 설경구는 2003년 '실미도' 이후 확실한 대표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100억원 제작비의 '역도산'(2004)에서 고전했고 2005년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도 기대에는 못미쳤다. 지난해 찍은 두편, 멜로 '사랑을 놓치다'와 액션 누아르 '열혈남아'도 그저 그런 수준. 다행히 올 초 개봉한 '그 놈 목소리'가 300만 관객을 넘어서 흥행 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설경구의 연기는 뛰어나지만...'으로 곧잘 표현되는 최근작 영화평들은 그의 고민을 잘 말해준다. 배우 한명이 연기를 잘했다고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 영화도 철저한 팀워크의 산물이다. 될 성 싶은 영화를 골라서 출연하고 팀을 잘 이끄는 것도 스타 배우가 반드시 갖춰야할 능력이다. 이번 세기들어 불꽃처럼 타올랐던 한국영화는 지난해 말부터 힘이 달리고 있다. 한국영화를 이끌던 40대 남자배우 트로이카 체제가 너무 빨리 와해되는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극장가에 사람이 모이는 건 좋은 작품과 스타를 보기 위해서다. 예전같은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연기파 3인의 열정과 열연을 영화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