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챔피언스리그 본선 2호골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한국 축구 사상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이에 앞서 수립한 '한국인 1호 기록'이 있다. 바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1호골 기록이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 시절이던 2004~2005시즌 AC 밀란(이탈리아)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홈 경기서 전광석화 같은 슛을 성공시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서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 자신과 설기현이 예선에서 골을 넣은 적은 있지만 32강이 겨루는 본선에서는 처음이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박지성의 플레이에 매료돼 스카우트를 결심, 박지성은 꿈에도 그리던 빅리그 중의 빅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그것도 명문 중의 명문 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후 챔피언스리그서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2강 조별리그서 탈락한 지난 시즌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릴(프랑스)과의 16강 2차전 후반 37분에야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릴을 꺾고 8강에 올라 박지성에게는 다시 최대 5차례(결승전은 중립지역 단판승부)의 기회가 남아 있다. 9일 밤 그리스의 아테네서 열린 대진 추첨 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AS 로마(이탈리아)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오는 4월 4일이나 5일 로마 원정경기, 11일이나 12일 맨체스터 홈경기를 치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4강에 오른다면 AC 밀란-바이에른 뮌헨(독일) 승자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도록 대진 추첨이 이뤄져 AC 밀란도 준결승에 진출할 경우 박지성은 개인적으로는 큰 기쁨을 맛봤지만 너무나도 아쉬웠던 2년 전의 결승행 좌절을 설욕할 기회를 맞게 된다. 지금도 한국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지만 박지성은 2005년 5월 5일 아인트호벤의 필립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AC 밀란과의 2004~2005시즌 4강 2차전 홈 경기 전반 9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서 헤셀링크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벼락 같은 왼발 슛으로 골문을 뚫었다.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본선서 골을 터뜨리면서 팀에 일찌감치 귀중한 리드를 안겼고 챔피언스리그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던 AC 밀란의 철벽 수비를 깸과 동시에 브라질 대표 골키퍼 디다의 챔피언스리그 640분 연속 무실점 행진도 중단시키던 순간이었다. 원정 1차전에서 0-2로 패배,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던 아인트호벤은 전반 초반 터진 박지성의 선제골 이후 급격히 분위기를 타며 기적을 일궈내는 듯했다. 경기를 지배한 아인트호벤은 후반 20분 이영표가 왼쪽 코너플랙을 향해 질풍 같이 드리블한 뒤 한 템포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뛰어들어오던 코쿠가 정확히 이마를 들이대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스코어는 2-0. 이대로 끝나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연장을 치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차전과 마찬가지로 종료 직전 잠시 긴장의 끈을 놓친 아인트호벤 수비진이 암브로시니에게 헤딩골을 허용, 연장으로 갈 경우 AC 밀란이 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던 아인트호벤의 기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아인트호벤은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저리 타임에 코쿠가 추가골을 넣어 3-1을 만들었지만 한 골을 더 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1차전과 2차전을 합산한 경기 결과는 3-3. '원정 다득점 우선' 규정에 따라 아인트호벤에서 1골을 넣은 AC 밀란이 밀라노에서 무득점에 그친 아인트호벤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 경기서 박지성은 한국인 최초의 본선 득점자가 되는 기록을 세웠지만 아시아인으로서는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보다 먼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일본의 오쿠데라 야쓰히코(당시 FC 쾰른)가 지난 78~79시즌 유러피언 챔피언스컵(92~93시즌 챔피언스리그로 개칭되기 전 명칭) 준결승서 득점한 데 이어 두 번째였다. 한국 팬들은 박지성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서 또다시 당시처럼 시원스런 골을 터뜨리고 팔을 양 옆으로 내미는 골 세리머니 장면을 보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박지성이 8강전에 앞서 치를 정규리그와 FA컵 경기서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해 이번 16강 1차전까지 그랬듯 8강전 이후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챔피언스리그 본선 2호골'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지성 시즌별 챔피언스리그 상대 클럽 ▲2003~2004=AS 모나코, 데포르티보 라코루냐, AEK 아테네(32강 조별리그). ▲2004~2005=아스날, 파나티나이코스, 로젠보리(32강 조별리그) AS 모나코(16강전) 올림피크 리옹(8강전) AC 밀란(4강전). ▲2005~2006=비야레알, 벤피카, 릴(32강 조별리그). ▲2006~2007=셀틱, 벤피카, 코펜하겐(32강 조별리그) 릴(16강전) AS 로마(8강전). 조남제 기자 johnamj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