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밤 오키나와의 로얄 펜션 가든 리조트. LG 트윈스 선수단 전원은 '전훈 투어'에 참가한 24명의 열혈 팬들과 근 2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는 관람단과는 별도로 'LG 할머니'도 끼어 있었다. LG 창단 때부터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오키나와 캠프를 찾은 '으뜸 트윈스 팬'이다. 2년 전 첫 만남 때와 마찬가지로 'LG 할머니'는 "부끄럽다"며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당시 할머니는 김재현(SK)을 못 붙잡은 LG 구단에 섭섭함을 토로하곤 했었다. 이후 LG는 지난해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런데도 또 다시 LG 캠프에서 만난 이 할머니는 "미야자키 캠프 때부터 LG를 따라다녔다"고 들려줬다. '이제 김재현도, 이병규(주니치)도 없고, 성적도 꼴찌였는데 SK로 안 바꾸세요'라고 장난섞어 묻자 'LG 할머니'는 정색을 하며 답했다. "어딜갑니까? 우리 선수들 놔두고". 오키나와까지 자비와 시간을 쪼개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은 '봉중근의 팬'이고, '박용택의 팬'이자 나아가 'LG의 팬'이다. 이 팬들이 LG 트윈스를 사랑하는 한, TV나 냉장고를 구입할 때나 휴대폰을 고를 때 LG 브랜드를 최우선시할 것은 두말한 나위 없다. 비슷한 시기, 팬 투어를 실시한 SK 와이번스 역시 25명의 관람단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로 배려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SK 야구단 팬은 곧 잠재적 SK 텔레콤 고객이 될 것이다. LG와 SK 구단 외에도 두산 베어스 역시 구단 전액 부담으로 미야자키 팬투어를 실시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단지 '감동없는 승리 지상주의 야구'를 탈피, 프로야구단 운영의 진정한 의미찾기를 위한 과정으로 비쳐진다. 흔히들 프로야구단 운영의 주목적으로 홍보를 꼽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홍보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틀은 어디에도 없다. 어디 연구소의 '우승 시 몇 백억 효과', '구단 가치 얼마'라는 식의 추상적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팬들을 그룹의 '로열티 고객'이 되도록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구단 프런트들의 팬투어 행사는 가치있게 여겨진다. sgoi@osen.co.kr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 방문길에 나선 LG 팬투어 참관단=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