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네슈, "하루 전에 엔트리 제출 이해 못해"
OSEN 기자
발행 2007.03.12 16: 05

"하루 전에 출전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FC 서울의 귀네슈 감독이 12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4일 광주 상무와의 하우젠컵 첫 경기를 앞두고 출사표와 한국 축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귀네슈 감독은 인터뷰 내내 팬들을 위해 골이 많이 나고 재미있는 축구를 시도하겠다고 반복해 말하면서 좋은 경기를 다짐했다. 다음은 귀네슈 감독의 인터뷰 전문. -컵대회 개막을 앞둔 각오와 운영방식은. ▲우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K-리그다. 그 다음이 컵대회이기 때문에 중요도를 따진다면 2순위 이하로 밀리게 된다. 물론 컵대회를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일정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모든 곳에 집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목표는 모든 부문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피곤하거나 부상인 선수가 있다면 컵대회에 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우리 팀에는 2~3명의 부상 선수가 있다. 이미 시즌이 시작돼 뭐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팬을 비롯해 선수, 구단, 감독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경기 전날 9시까지 엔트리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것은 K-리그 내 다른 팀들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일 것이다. -컵대회 상대인 광주 상무에 대한 평가는. ▲광주 상무의 경기를 분석했다. 광주에는 재능과 키 큰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일반 K-리그 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나는 상대가 누구든지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군팀에 대한 생각은. ▲터키에는 군팀이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경우는 없다. 군 복무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 팀 소속인 선수들이 우리를 상대로 경기하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군팀이 참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만약 2~3년 안에 팀이 늘어나고 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연맹이 노력한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듣기에도 연맹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많은 노력을 부탁한다. -K-리그의 특별한 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군팀이 리그에 참여하는 것과 경기 전날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없다. 물론 경기 1시간 30분 전에 베스트 일레븐을 교체할 수 있기는 하나 전체 엔트리를 미리 발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경기는 전쟁과 같은 것인데 적이 우리를 알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일요일과 수요일에 잇달아 부산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런 일정이 있다면 홈팀에서 숙소나 연습구장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쓸 모 없이 체력을 낭비해 가며 이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있듯 홈팀은 원정팀에게 좀 더 배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승 전선의 걸림돌은. ▲K-리그는 전체적으로 큰 수준 차이가 없다. 수원, 성남, 울산 등이 좋은 팀이고 포항, 전남, 전북 등 K-리그 거의 모든 팀이 훌륭한 팀이다. -유럽의 경우 상위 몇 팀이 우승을 독점하는 경우가 있다. K-리그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세계 어느 리그를 가보더라도 5개 정도의 큰 구단들이 우승을 돌아가며 하고 있다. 강팀의 요건은 '구단 운영 시스템+재력+경험' 이렇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구단 운영진의 후원에 따라 투자를 많이 받는다면 좋은 팀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유소년 축구 등에 집중 투자를 한다면 오랫동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도 자회사로 'GS'라는 거대 그룹이 있기 때문에 아낌없는 투자와 좋은 클럽시스템 그리고 유소년 축구에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받는다면 몇 년 후에는 어린 선수들을 해외로 이적시키는 등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정조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조국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술과 몸의 밸런스가 잘 되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조금 더 노력한다면 훌륭한 선수로 변할 것이다. -한국 축구는 골 결정력이 큰 문제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골 결정력 문제는 한국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감독들이 경기를 수비 위주로 풀어간다면 골이 나지 않는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골을 넣는 것은 공격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비가 잘되면 공격도 당연히 잘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격은 공격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격수들이 골을 넣으려면 신이 나야 한다. 공격수들에게 신바람을 넣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관중들이다. 꽉 들어찬 경기장을 보아야 골을 넣을 생각이 들기 마련인 것이다. -박주영의 상태는. ▲현재 그의 플레이에 만족하고 있다. 꼭 박주영이 골을 넣을 필요는 없다. 박주영이가 아니더라도 팀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플레이를 배울 수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박주영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박주영이 배워야 할 것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두두의 경우 지난 경기에 20분만 출전하고도 확실한 골 찬스를 2개 만들어 냈다. 누가 넣든 이렇게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것을 박주영은 배워야 한다. -축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감독 생활 20년을 포함해 약 40여 년의 축구 인생 동안 가장 재미있던 경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과의 8강전이다. 90분 동안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했고 선수부터 팬들까지 모두 즐거운 경기였다. 하지만 지난 일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FC 서울에서 내 인생 최고의 경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혼자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떠날 때 한국 사람들이 나와 내 조국인 터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서 생활해 보니 어떻고 취미는 무엇인가. ▲약 3주 정도 지났다. 하지만 너무 바빠 내 개인 시간은 완전히 접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과 면담을 가지고 싶고 또 수비수들을 불러서 경기도 같이 보고 싶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해 그럴 수 없다. 현재 내 개인적은 생활은 완전히 포기한 상황이다. 나의 취미는 '게임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이긴 후 '인사하는 것'도 역시 취미이다. 1명이든 만명이든 팬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0-0, 1-1 처럼 큰 볼거리가 없는 경기는 팬들에게 잘못하는 것이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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