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소득이 있었지만 과제도 안은 등판이었다. 박찬호(34.뉴욕 메츠)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전의 주안점을 '직구 제구'에 삼고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8일 보스턴전 초반 컨트롤에 애를 먹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직구 제구를 잡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초반 진행상황은 매우 좋았다. 1회와 2회를 가볍게 처리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1회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한 박찬호는 직구 제구가 잡히면서 공 14개로 수비를 끝냈고 2회에는 삼진 2개를 솎아내면서 3자범퇴처리했다. 2회부터는 체인지업과 슬러브의 비중을 높이면서 투구수 관리에 중점을 뒀다.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브레이킹볼로 범타 내지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특히 로버트 픽과 후안 브리토를 연속 삼진처리할 때 구사한 슬러브의 각은 상당히 예리했다. 그러나 3회 이후 투구는 초반과는 달랐다. 선두 룩 노건의 3루타는 1루수 카를로스 델가도와 우익수 래스팅스 밀리지의 보이지 않는 실책에 기인했지만 션 힐과 펠리페 크루스를 연속 삼진처리한 뒤 갑자기 난조에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2사 3루서 크리스 스넬링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낸 후 라이언 짐머맨을 상대로 실투가 나온 점이 가장 아쉬웠다. 볼카운트 1-1에서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 구사한 커브가 타자가 치기 딱 좋아하는 '행잉 브레이킹볼'이 되면서 적시 2루타로 연결된 것. 호투의 흐름이 중단되지 박찬호는 베테랑 답지 않게 4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볼넷과 안타, 희생번트, 그리고 중전 적시타를 잇따라 내준 뒤 결국 얼레이 솔러와 교체됐는데 투구수가 불어나면서 초반 집중력이 흐트진 듯했다. 시범경기 들어 처음으로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간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3회 실점 뒤 곧바로 회복하지 못한 점은 과거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를 호투로 마무리했더라면 박찬호는 사실상 5선발을 굳힐 뻔했다. 최근 윌리 랜돌프 감독은 노장인 올란도 에르난데스와 박찬호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이면서 '베테랑 우대정책'을 펴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지역 언론에서도 박찬호의 5선발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는 상황이었던 까닭에 이날 결과로 박찬호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점수를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향후 투구가 중요하게 됐다. 경기를 치르면서 선발 경쟁자들의 호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등판을 무난히 소화한다면 이날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 반대라면 국면은 불리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 열쇠는 실투를 줄이면서 초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