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성의 '일본인 첫 골'에 내포된 의미는?
OSEN 기자
발행 2007.03.15 08: 57

'일본인(으로서) 첫 골'. 지난 14일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이충성(22)이 말레이시아와의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에서 골을 넣자 는 이렇게 썼다. 일본은 후반 31분 터진 이충성의 추가골을 결승골로 삼아 2-1로 승리했다. 지난 2월 귀화를 선택하자마자 소리마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그를 발탁했고, 2번째 출장서 골을 기록했다.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 히라야마와 교체된 지 단 1분 만에 나온 골이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원정 승리를 이끈 이충성은 "대표로 뽑아준 소리마치 감독과 일본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 이제부터다.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말레이시아까지 동행해 아들을 응원한 이충성의 아버지는 "아들이 해내줘서 안심이다. (일본) 국민을 위해 골을 넣어야 하는 것이 아들의 사명"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공교롭게도 14일은 이충성 어머니의 48세 되는 생일이었다. J-리그 가시와에서 뛰고 있는 이충성은 도쿄에서 나고 자랐지만 재일교포 4세로 알려졌다. 일본 국적을 택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였고 2007년 2월 9일 최종 성사됐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한국도 홍명보 대표팀 코치가 면담을 가지는 등 관심을 보인 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낳아주고 길러준' 일본을 택했다. 베이징 올림픽 티켓이 절실한 일본도 그를 원했다. 재일소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나오키상 수상작 'GO'를 읽어보면 재일교포(민단-조총련을 불문한)들의 차별에 억눌린 삶이 경쾌하지만 어딘지 슬픈 필치로 그려진다. 거기 나오는 '수세미(주인공의 선배, 조총련계)'는 주인공 눈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뛸 실력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재일교포라고) 받아주는 곳이 없어 흐지부지 축구를 그만둔다. 이를 현실로 치환시키면 역설적으로 이충성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대목이다. 이제 이충성이든 이다다나리(일본 이름)든 상관없다. 그는 축구선수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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