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천년학' 경고장, 한국영화를 살릴까
OSEN 기자
발행 2007.03.16 10: 32

한국영화계의 거장이 돌아온다. 임권택이다. 한국영화 첫 1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서편제'의 구슬픈 창이 다시 한번 메아리친다. 바로 '천년학'이다. '천년학'은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다. 영화감독이 일생동안 100편의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것, 대단한 행운이고 능력이다. 수준높은 작가주의 영화만 내놓는다고, 흥행을 앞세운 상업영화만 찍는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둘 사이에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관객없는 영화가 무슨 소용이고,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또 무슨 소용일까. 촬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임 감독은 가방끈 길이로 영화와 승부하지 않았다. 타고난 장인 정신과 노력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젊은 시절 벽돌 찍듯 마구잡이로 영화를 만든 경험도 있었기에 중 장년을 거치며 그의 영화에는 오래된 장맛이 배어들수 있었다. '장군의 아들'로 흥행가를 주무르는가 하면 '씨받이' '취화선' 등으로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제 대가의 작품 세계도 화룡점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난산 끝에 태어난 그의 늦둥이다. 주식시장 등에서 한국영화계에 투기성 '묻지마' 자금이 쏟아지는 시점에서도 '천년학'은 제작비를 마련하는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흥행이 될까'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임 감독과 그의 오랜 지기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빚어낸 '천년학'에서는 노을 무렵 고향을 생각케하는 술익는 향기가 진동을 한다. 단지 수익만을 바라고 조악하게 찍어내는 관객 기만용 상업영화에서는 도저히 맛볼수 없는 맛이다. '서편제'를 따라 흐르는 스토리 라인은 한편의 서정시다. 가슴 아픈 사랑과 눈이 먼 슬픔을 소리에 담아낸 여자 송화, 그리고 그녀를 사랑해 북을 배우고 발자취를 쫓은 남자 동호의 인생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동호 역은 조재현이 맡았다. 임 감독은 "그를 꼭 한 번 써보고싶었던 배우"라고 했었고 조재현은 "임 감독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찾아갔다. 송화 역은 '서편제'의 오정해가 그대로 맡았다. 그녀를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는 배역이다. 때마침 거품에 빠져서 흥청망청하던 한국영화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거장 임권택의 '천년학'은 영화를 쉽게 보고, 관객을 우습게 알던 자칭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자 주의문이다. 영화는 장인의 정신으로 만들라는 원로의 조언이 그 속에 담겼을 것이다. 4월 봄날, '서편제'의 구성진 메아리가 전국을 몰아쳤던 그 때처럼, '천년학'이 그 나래를 활짝 펼칠수 있기를 기대한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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