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경기를 치를 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위기에서 힘없이 무너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 18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전은 박찬호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5선발 경쟁자인 마이크 펠프리가 한 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만족할 만한 투구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피안타 7개 가운데 장타를 6개(홈런 3개 2루타 3개)나 허용한 까닭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날 경기는 박찬호의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불안한 제구력은 나아지지 않았고 직구는 위력이 없었다. 컨트롤 난조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뒤 승부수로 던진 직구가 족족 장타로 연결됐다. 커브와 슬라이더, 슬러브 등 장기인 변화구는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문제는 경기 내내 브레이킹볼만 던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저하된 직구 구위에 있다. 박찬호는 지난 겨울부터 포심패스트볼의 종속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는데 시범경기 들어 좀처럼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는다. 보통 85∼88마일에 그치면서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첫 등판인 8일 보스턴전에선 무브먼트가 살아나면서 타자들을 제압했지만 워싱턴을 상대로 한 최근 2경기는 달랐다. 공끝이 밋밋해진 탓에 상대 방망이 중심에 쉽게 걸려들었고 이는 큰 타구로 이어졌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끌려가다 어쩔 수 없이 던지는 직구에 난타를 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박찬호는 원래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컨트롤 문제를 위력적인 포심패스트볼로 상쇄했다. 볼넷이 많지만 삼진도 많고 무엇보다 피안타가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구위를 보유하지 못한 현재는 이전과 다른 투수가 됐다. 시범경기 들어 삼진수는 여전히 많지만 예전 같으면 범타 처리됐을 타구가 족족 장타로 연결되고 있다. 스피드가 줄어든 데다 무브먼트가 기대 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무장해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박찬호의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펠프리가 연일 호투를 펼치면서 메츠 수뇌진의 무게중심이 '자기 자식'에게 쏠릴 시점이다. 아직 남은 등판이 2∼3경기 되는 만큼 박찬호는 캠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한편 또 다른 5선발 경쟁자인 애런 실리 역시 이날 열린 볼티모어와의 스플릿스쿼드게임에 선발등판했으나 5이닝 8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동반 부진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