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 MC, 왜 개그맨이 독차지?
OSEN 기자
발행 2007.03.18 10: 30

오락프로 메인 MC는 왜 개그맨 출신의 독차지일까.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오락프로 MC는 개그맨 천국이다. 정통 코미디 프로가 거의 사라지고, 컨서트 형식의 개그 쇼로 명맥을 유지하는 현실 속에서 'MC' 자리는 이들의 절대 뺏길수 없는 밥상이 됐다. 유재석을 정점으로 강호동 이휘재 김용만 서경석 박경림 김제동 정선희 박수홍 등 잘 팔리는 간판 MC 대다수는 개그맨 출신이다. 개그 프로에서 이름을 날린 뒤 MC로 진출하고는 그냥 눌러앉는 분위기다. 개그맨이 방송에서 큰 돈을 벌며 긴 수명으로 살아남을수 있는 게 바로 이 자리인 까닭이다. 1인자로 꼽히는 유재석은 회당 900여만원, 연수입 20억원 가까이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호동은 10여년 가까이 MC로 활약중이다. 개그맨 가운데 선택받은 자들만이 쇼프로 MC로 성공한다. 뛰어난 말솜씨는 물론이고 순발력, 친화력 등을 고루 갖춘 자만이 MC 자리에 나설수 있다. MC 아랫자리인 고정 패널이라도 노릴라면 확실한 '한 방' 개그와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개그맨 MC가 대세인 이유는? 개그맨 사회의 뿌리깊은 밀어주기와 배타성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개그맨 사회는 원래 선 후배 사이의 기강이 군대 사회를 능가할 정도로 엄한 사회다. 예전 코미디언 세대들부터 이어지는 전통이다. 코미디에서 개그로 이름이 바뀐 뒤에도 이같은 선 후배간 군기 잡기는 여전하다. 인기 개그프로 출연자가 "선배들한테 예의없이 군다"며 후배를 몽둥이로 구타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곤 한다. 1990년대 초반 막 뜨기 시작하던 한 개그맨은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폭로했다가 얼마후 조용히 그 세계에서 사라졌다. 선 후배 사이의 기강이 센 조직은 '그들만의 리그'를 강조하는 배타적 집단이 되기 쉽다. 개그맨 사회도 그렇다. 큰 틀 안에서는 개그맨들이 방송 등에서 일 할 자리를 확보하는 데 공조 체제를 갖췄고, 작은 틀로는 학벌 등에 따른 후배 챙기기에 극성이다. 결국 탤런트, 아나운서, 개그맨 출신 등이 어우러졌던 메인 MC 사회는 개그맨 일변도로 거의 굳혀지고 있다. 이달초 프리랜서를 선언한 김성주는 한 기자회견에서 “예능하면서 부딪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능은 연예인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들어가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뉴스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고 아나운서로도 예능 MC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환경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MBC가 본격적으로 밀어줬던 인기 아나운서조차도 개그맨을 축으로 움직이는 MC 사회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사실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개그맨 출신 MC들의 입김은 갈수록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급 MC들이 한 소속사로 모여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 박경림 윤정수 유정현 임백천 윤종신 지상렬 신정환 등이 소속된 팬텀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최근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송은이 강수정 김수정 등이 소속된 연예전문 MC 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로써 현재 지상파 인기 쇼프로의 메인 MC 가운데 50% 이상을 한 기획사가 공급하게 됐다. 쇼프로가 드라마를 능가하는 시청자 호응속에 프라임 타임을 장악하는 세상이다. 팬텀은 영화계의 싸이더스 IHQ처럼 방송사측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공룡으로 커버렸다. 개그맨 출신 계보가 물밑에서 큰 힘을 발휘했던 MC계가 거대 기획사의 등장과 함께 어떤 변화를 보일 지도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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