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은 늘어나는 데 팔 물건은 줄어든다.' 한국 영화계의 속사정이다. 국내 스크린 수는 지난해 보다 200여개 이상 늘어나 2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멀티플렉스 들이 규모 싸움을 벌이느라 전국 체인망을 계속 확충하는 덕분이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스크린 수는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10여편의 한국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타는 불에 휘발유를 끼얹은 셈이 됐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내면이 곪고 있었던 게 결국 문제로 드러났다. 지난해 제작된 한국영화의 70% 이상이 프린트값을 제대로 못건질 정도로 적자를 냈고 전체적으로는 10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그 여파는 당장 올해 1월부터 밀어닥치는 중이다. 영화계로 유입되는 투자금이 줄면서 제작 편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관객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히는 설 연휴 극장에 몰린 전체 관객수는 140만명 정도로 당장 지난해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은 비수기 3~4월에 들어서면서 더 나빠지고 있다. 3월 개봉 한국 영화는 '좋지 아니한가' '쏜다' '수' '뷰티풀 선데이' '이장관 군수'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그나마 극장을 찾는 절대 관객수가 계속 줄고 있어 대박 흥행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극장주들은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 5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늘어난 스크린수를 충분히 채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위축된 투자 상황 속에서 예년보다 몇배 강력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싸움까지 치러야할 형편이라 울상을 짓고 있다. mcgwire@osen.co.kr 5월부터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서트 스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