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의 300명 정예가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물리치는 액션 사극 '300'이 2주연속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16~18일 개봉 첫 주말 73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동원으로 1위를 점령했다. 점유율은 무려 52.3%로 올 개봉 영화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내 박스오피스 2위는 김수로 감우성 주연의 '쏜다'로 13만1200명, 3위는 휴 그랜트,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로맨틱 코메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12만7000명을 동원했다.
'300'은 지난 주말 북미에서만 31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개봉 2주만에 모두 1억2700만 달러 수익의 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2위는 개봉 3주차 월트 벡커 감독의 모험 코미디 '와일드 혹스'(1880만 달러)가 차지했다. 4명의 중산층 대도시 교외 거주자들이 바이크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사건들을 다룬 로드 무비 스타일. 팀 알렌과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메이시, 레이 리오타, 마리사 토메이 등 호화 캐스팅이다. 총수입은 1억400만 달러.
이어 메난 야포 감독의 스릴러 드라마 '프리모니션'이 1800만 달러로 3위, '데드 사일런스' 777만 달러로 4위, '내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해'가 571만 달러로 5위의 순서다.
'씬 시티' 프랭크 밀러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300'은 기원전 480년, 서양과 동양의 대격돌 현장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삼았다. 서양의 관점에서 기술된 이 전투는 동양 야만인을 쓸어내고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신화 한토막으로 남아 있다.
그리스를 침공하려는 페르시아와 이를 막고자 협곡에 진을 친 스파르타군은 테르모필레에서 한판 승부를 벌였다. 성경속 다윗과 골리앗의 신체 차이를 능가할 정도로 병력 숫자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스파르타 300명에 페르시아는 100만 대군이다. 알렉산더대왕의 동방 원정을 얘기할 때도 늘 이런 식이다. 서양쪽은 소수고, 동양쪽은 다수다. 새로운 전술과 앞선 문화로 승리를 거머쥐는 건 항상 서양이다.
프랭크 밀러 원작 답게 '300'은 이같은 힘의 불균형 싸움을 더 자극적으로 묘사한다. 스파르타군 '300'을 더 영웅시하기 위해 100만 페르시아군은 더 야만스럽고 포악한 족속으로 포장했다. 페르시아 대군 속에는 중국 무사 등 온갖 동양인을 등장시켜 희화화했다.
인종적 관점만 무시한다면 영화 자체는 훌륭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병사 마다의 1대 다수 격투와 전체 전투 장면을 숨가쁘게 오가며 절로 감탄이 흘러나올 스크린 속 전쟁 미학을 과시했다. 피가 튀면서 팔이 잘려나가고 머리가 떨어지지만 크러쉬 기법 사용으로 호러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적절한 슬로 모션의 삽입과 줌 인, 아웃은 관객들에게 전장에서의 'K1' 명승부를 선사했다.
개성있는 캐릭터 묘사도 장점. 꽉 끼는 가죽 삼각 팬티에 핏빛 망토만을 걸친 채 등장하는 300명 스파르타 전사들, 명품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각자 자신의 배에 '王'자로 새기고 나왔다. 스나이더 감독은 300명 출연진 전원에게 8주간의 지옥 훈련을 요구했고 가뜩이나 신체 건장했던 배우들은 이를 완벽 '몸짱'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다.
고대 전사의 실제 싸움을 연상시키는 '300'의 전투씬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이전에 배우들의 갈고 닦은 체력과 무술 속에서 빛을 발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았던 제라드 버틀러를 비롯해 데이빗 윈햄, 레나 헤디 등 스타의 유명세는 없어도 연기력 탄탄한 중견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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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