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이 파고 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트렌디와 멜로 드라마의 퇴조와 맞물려 안방극장에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TV 드라마에서 인기를 주도했던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한 시절을 풍미했던 ‘꽃미남’들과는 거리가 먼 얼굴들이다. ‘주몽’의 송일국, ‘하얀거탑’의 김명민,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 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은 준수한 외모를 지닌 배우들이다. 그렇지만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얼굴들이다. 이들이 펼친 연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력한 카리스마’이다. 한 때의 ‘꽃미남’ 배우들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성으로 어필한 부분이 많았다면 이들은 강한 남성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성에 대한 보살핌보다는 국가 건설의 대업에 전념한 지도자(송일국), 자신의 야욕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의 중심에 서 있는 외과과장(김명민), 상대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는 거리가 먼 연애 숙맥(이범수)이 등장했지만 안방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환호했다. ‘꽃미남’ 배우들이 ‘필살기’로 휘둘렀던 섬세한 배려는 없지만 대신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런 현상에는 트렌디와 멜로 드라마의 퇴조가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탄생한 ‘트렌디 드라마’는 최수종 최진실 채시라 하희라 고현정 신애라 같은 숱한 청춘스타들을 탄생시키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유행은 바뀌어 2000년대 초반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탄생의 비밀’을 기본구도로 하는 멜로물이 득세했고 송승헌 권상우 이동건 강동원 같은 꽃미남 배우들을 스타덤의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고 있다. 작년 여름 이동건 김희선을 투톱으로 내세웠던 SBS TV ‘스마일 어게인’의 참패에서 보듯이 독특한 캐릭터의 창조 없이 배우 자체가 지닌 외적 매력만을 무기로 승부하는 멜로물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절이 왔다. 멜로드라마의 퇴조는 배우의 캐릭터가 강조되는 경향을 불렀다.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캐릭터의 창조’가 드라마의 승패를 좌지우지하게 됐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의 김삼순(김선아 분), ‘하얀거탑’에서의 장준혁(김명민 분), ‘외과의사 봉달희’에서의 안중근(이범수 분), ‘환상의 커플’에서의 안나조(한예슬 분) 같은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배우 이름보다는 극중 이름이 더 폭넓게 불렸고 또 이해됐다. ‘캐릭터 드라마’라 불러도 좋을 만큼 이들 작품에서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문제는 이런 배역은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벗어 던질 수 있을 정도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절실하다. 이런 배경이면 ‘연기파’의 득세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된다. 군입대를 통해 잠시 우리 곁을 떠났거나 잠시 활동을 멈추고 있던 많은 꽃미남 배우들이 최근 안방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그들이 안방으로 돌아오기 전 유념해야 할 점도 바로 이런 환경이다. ‘드라마 여론’을 주도하는 시청자 연령대가 30, 40대로 변해가면서 드라마를 고르는 입맛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꽃미남’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적어도 지금은 아닌 듯하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