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9⅓이닝 13K. 박찬호(34.뉴욕 메츠)이 올해 시범경기서 거둔 성적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 경기 전까지 팀 동료 올리버 페레스와 함께 팀내 탈삼진 공동 1위. 그레이프프루트리그 전체에선 공동 2위에 해당한다. 페레스가 14이닝을 던진 것에 비하면 박찬호는 이번 스프링캠프서 '닥터K'가 된 듯한 느낌이다. 사사구는 4개(볼넷 3개)로 '기록상' 제구력 난조를 겪은 것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피안타수에 있다. 안타를 14개 허용했는데 이 가운데 홈런 3개 포함해 장타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자연히 실점(14, 자책점 12)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는 방어율 8.68을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기록에서도 유추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직구에 있다. 본인의 표현처럼 직구 컨트롤이 마음 먹은 대로 안 되는 데다 구위 마저 받쳐주지 못하면서 난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윌리 랜돌프 감독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부분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캠프 초반 그가 극찬했던 슬러브가 빛을 발하면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지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지는 직구가 말썽을 일으키는 까닭에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범경기서 박찬호는 초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첫 2이닝 동안 기록한 삼진수는 전체 탈삼진의 70% 가량인 9개다. 지난 18일 워싱턴전을 제외하면 실점은 주로 3회 이후에 집중되고 있다. 초반 호투 뒤 중반부터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여러번 지적됐던 얘기이지만 스트라이드 폭을 넓히는 투구폼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투구폼 적응을 마치고 감을 되찾을 경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메츠는 가능하면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 베테랑 투수를 뉴욕에 데려가는 게 유리하다. 일정상 4월 중순까지는 5선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롱릴리프와 임시선발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유망주 마이크 펠프리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5일 간격으로 선발수업을 계속 쌓는게 본인에게나 구단에게나 나은 선택이다. 이제 스프링캠프는 2주 가량 남았다. 얼마 남은 않은 기회를 제대로 살려 '막판 역전'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