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흘러가던 '프로리그 중계권' 문제가 지난 2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프로리그 중계권' 문제를 둘러싸고 협회-IEG측과 양 방송사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했던 구도는 한국 e스포츠의 현실이 그대로 보여진 것 같아 씁쓸하다. ▲ 프로리그, 출범부터 순탄치않았다 프로리그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각각 '프로리그' '팀리그'로 별도 운영하던 게 2005년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주도 아래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통합운영하자는 제안을 양 방송사가 받아들인 게 계기였다. 이후 뚜렷한 관련 규정이나 협약없이 온게임넷과 MBC게임, 양대 게임채널이 자체적으로 중계권을 행사했고, 11개 프로게임단이 모두 기업팀으로 탈바꿈한 지난 1월 협회가 '프로리그 중계권'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걸었다. 이제 프로리그가 충분히 상업성을 가지고 있고 e스포츠가 대외적으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는 2005년 출범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양대 게임채널은 통합리그가 출범할 경우 자신들이 가져왔던 기득권을 뺏기지 않을까라는 우려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에 비해 각 게임단은 프로리그 통합이 기업팀 구조로 가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해 마찰이 심했다.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시작한 프로리그의 행로는 순탄치 못했다. 프로리그 중계 비율을 놓고 두 방송은 팽팽히 맞서며 서로의 이권을 양보하지 않는 등 잇권 챙기기에 바빴다. 2005년 4월 제 2기 협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될 예정이었던 '스카이 프로리그 2005'의 경우 양대 방송사간의 이권 갈등으로 개막이 한 달여 가량 밀려 시작됐고, 2006년 4월 30일 개막된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역시 양대 게임채널의 중계권 배분 문제로 한 달이상 늦게 열렸다. 물론 자사 개인리그의 진행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겉으로는 e스포츠 발전을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방송국이 사실상 e스포츠의 발전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마찰 빚던 두 방송사, 잇권 앞에서는 힘 합치기 이번 '프로리그 중계권' 협상에서 양대 방송국은 e스포츠협회와 게임단을 놓고 e스포츠 발전에 대해 생각을 해 본적이 있냐는 강도높은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어불성설이다. 언론노출이나 방송노출을 통한 부수적인 이익은 있지만 년간 10억씩을 투자하는 게임단이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방송국에 되묻고 싶다. 협회의 '프로리그 중계권' 입찰 공고에 대해 양대 게임채널의 반응은 '최악의 경우 프로리그를 포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여기다가 '프로리그 2007' 중계권 사업자로 인터내셔널이스포츠그룹(이하 IEG)을 선정되자 팬들은 한국e스포츠를 성장시켜왔던 양 방송사에 대한 배려없음을 문제로 지적하며 협회와 IEG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여기다가 협회측에서 양 방송사 개인리그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팬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서로를 견제하던 사이에서 협회-IEG라는 공동의 적에 힘을 합쳐 최초로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각 방송사들은 방송의 힘을 빌어 팬들의 감정에 호소했고, 홈페이를 통해서는 설문조사로 여론을 선동했다.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자 방송국의 태도는 더욱 안하무인이었다.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마음을 열고 협회와 협상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지난 16일 협상이 결렬됐던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협회가 제시했던 금액은 각 방송사 3년간 7억 5천만원. 방송국은 각 방송사가 3년간 3억 9천만원 카드를 내밀었다. 즉 각 방송사가 중계권료로 책정했던 금액은 1년 1억 3천만원으로 이 금액은 자사 개인리그 총 상금액 정도 밖에 안되는 금액이다. 결국 방송국이 주장했던 프로리그 사랑은 자사 개인리그만도 못한 셈이었다. 프로게임단의 존재 이유는 양대 게임채널에서 벌이는 '개인리그' 참여가 아닌 기업과 팀의 명예를 갖고 겨루는 '프로리그'이다. 한국e스포츠의 나이 이제 8살. 걷는 단계에서 뛰는 단계로 넘어오면서 각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더 큰 발전을 원한다. 발전을 거듭해도 모자를 판에 각 방송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이상 팬들을 볼모로 붙잡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다.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