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드라마, 지상파 방송 적절했나
OSEN 기자
발행 2007.03.24 10: 15

‘이효리 드라마’라 이름 붙여진 특집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SBS 금요드라마 시간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다. 창의성 없는 조잡한 스토리의 짜깁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방송될만한 적정 수준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만 제기되고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겉모습은 화려했다. 웬만한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제작비(37억 원)가 투입되고 이효리 이동건 정준호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는 뮤직드라마라는 외형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아닌 완성된 드라마로 이 작품을 바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1부가 12.2%, 2부가 13.3%를 기록해 평균 12.8%의 시청률로 집계됐다. 이는 평소 웬만한 금요드라마 시청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2부 시청률이 1부에 비해서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방송된 금요드라마는 KBS와 MBC의 메인뉴스와 시간이 겹치는 1부와 10시대에 시작하는 2부의 시청률 격차가 4%포인트 이상 났다. 결국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화제성’이 아닌, ‘드라마’로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가장 큰 이유는 극에 빠져들만한 드라마적 요소의 절대 빈곤이다.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시퀀스는 화려해 보였지만 각 시퀀스를 연결하는 유기적 관계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백화점 붕괴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건달과 방송 데뷔를 앞두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온 가수가 병원에서 스치는 장면으로 드라마가 시작되지만 둘의 운명적 당위성을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단순히 ‘질긴 목숨’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 기억 속에 지금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존재하는 ‘백화점 붕괴 사건’을 대입해야만 했는지, 과연 몸에 맞는 옷을 입히긴 한 건지 의문스럽다. 4회 이상의 분량을 2회 분량으로 압축시킨 과다한 편집으로 중간중간 스토리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앨범 홍보성이 짙은 장면이 우선적으로 가위질을 당했겠지만 스토리의 연결자체에 문제가 있을 정도였다면 애초에 이 드라마가 지상파 방송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엄청난 간접광고도 문제다. 1, 2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드라마 속 장면과 똑 같은 그림이 화면을 채웠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시청자들은 이내 그것이 광고화면이라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했다. 드라마 속 장면과 똑 같은 화면을 들어내 자동차 광고를 만들고, 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2부를 보게 만드는 구조는 심각한 광고공해가 아닐 수 없다. 모 휴대전화기 광고에 쓰였던 음악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귀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 결국 ‘이효리 드라마’의 지상파 방송을 왜 결정했는지 그 이유를 다시 캐묻지 않을 수 없다. 지상파 전파를 탈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판단한 건지, 아니면 거대 기획사와의 모종의 관계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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