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 찍는 데 '3000억원', 블록버스터가 더 커졌다
OSEN 기자
발행 2007.03.25 08: 18

영화 제작비 편당 3000억원 시대가 열렸다. 거미 인간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얘기다. 시리즈 처음부터 흥행 신화를 새로 썼던 '스파이더맨'의 소니픽쳐스는 3편 제작에 3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제작비는 지난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수퍼맨 리턴즈'가 기록했다. 2억5000만 달러다. 이 이상의 돈을 블록버스터에 투자할 제작사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던 미국 연예지들의 예상은 금세 빗나갔다. 지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비대해진 몸을 주체하지 못해 멸망했다던 공룡처럼 빠르게 부풀러 오르는 중이다. '스파이더맨 3', 최근 공개된 7분30초 분량의 예고평 리뷰에서 '컴퓨터 그래픽(CG)과 특수효과 등에서 들인 돈값은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은 큰 스케일로 영화를 몰고가면서도 섬세한 디테일 묘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이 맞서야할 악당 수가 늘어나고 더 강력해졌다해서 스토리가 진보하고 내용이 풍부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외형이 화려해질수록 속은 빈곤해지는게 블록버스트 속편 제작의 공식이다. 이번 '스파이더맨 3'에서도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하는 샌드맨과 최신형 글라이더로 갈아탄 뉴 고블린,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문양 수트를 훔쳐입은 베놈 등 강력 악당은 늘어났다. 그래도 여전히 스파이더맨은 수퍼 히어로의 사명과 인간적 삶에 대해 갈등하고 고민을 때리는 기본 틀 속에 갇혀있다. 위기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는 '절대 선의 승리'를 보여줄 뿐이다. 2편 라스트에서 공개 사랑으로 결정된 메리제인과의 로맨스는 스파이더맨을 짝사랑하는 새로운 캐릭터 등장과 함께 삼각관계로 바뀐다. 진부해질 러브 스토리에 연적 추가라는 조미료를 듬뿍 친 셈이다. 화학 조미료의 건강 위해론은 요즘 상식이 아닌가. 지난 시즌 국내 극장가는 1억~2억 달러 비용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폭격에도 맥을 못췄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3'가 1억3500만 달러,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 1억2500만 달러, 해양재난 드라마 '포세이돈' 1억5000만 달러, '엑스맨 3' 1억 5000만 달러, 그리고 '수퍼맨 리턴즈'가 2억 5000만 달러를 들였다. 5월에 시작될 올 블록버스터 시즌은 3억 달러짜리 '스파이더맨 3'로 포문을 연다. 개봉 편수도 '슈렉 3' '캐러비언의 해적 3' '오션스 써틴'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러시아워 3' 등으로 지난해보다 월등히 많다. 규모로는 한국영화와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그나마 '태풍'을 시작으로 '괴물' '한반도' '타짜' 등 대작 영화의 개봉이 계속됐던 한국영화는 올해 극심한 불황으로 변변한 기대작이 드물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나마 '범죄의 재구성' '가족의 탄생' '천하장사 마돈나' 처럼 근육질 블록버스터와 달리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할 수작들조차 찾기 힘들다. 위기의 한국영화다. mcgwire@osen.co.kr '스파이더맨3'(소니 픽쳐스 제공)와 '수퍼맨 리턴즈' 영화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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