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 뻔한 불륜 소재에도 '행복한 시청률'
OSEN 기자
발행 2007.03.25 15: 22

KBS 드라마가 불륜과 복잡한 가족관계 드라마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제목은 '행복한 여자'지만 전혀 행복해 보이지않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주말 드라마를 통해서다. '행복한 여자'는 24일 지상파 3사를 통털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조사기관 TNS에 따르면 전국 23..9%, 특히 부산은 31.4%로 이날 방송 프로 가운데 유일하게 30%대를 넘었다. 같은 시간 MBC가 방영한 한국과 우루과의 축구 국가대표 대항전의 시청률 21.3%를 훨씬 앞서는 수치다. '행복한 여자'의 기본 뼈대는 욕먹으면서 시청률을 높였던 SBS '하늘이시여'와 비슷하다. 공교롭게 여주인공까지 윤정희로 똑같다. 시어머니 될 사람이 친어머니로 밝혀지는 게 '하늘이시여'라면, '행복한 여자'는 시아버지가 친아버지로 연결되는 식이다. 결국 배다른 형제라는 설정이 드라마 캐릭터 사이의 연결 고리와 전개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당연하다는 듯 불륜과 잘사는 시댁의 가난한 며느리 구박이 끼어들었다. 24일 방송분에서는 이혼 후 태어난 아이를 놓고 행복한 여자(?) 이지연(윤정희)이 전 남편의 여자로부터 '누구 자식이냐?'고 핀잔 듣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주인공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만 21세기일뿐, 구태의연한 대화 방식은 해방전후 신파극 그대로다. '환상의 커플' 한예슬이 이를 봤다면 "드라마 꼬라지 하고는~" 이라고 한마디 던졌을 법하다. 파전에 딸려나오는 간장마냥, 이제는 지상파 주말 드라마에 불륜, 며느리 까기(요즘은 시어머니 역구박으로 바뀌는 추세), 재벌가 추태, 이복형제 등의 찬꺼리가 빠지면 시청자들이 섭섭해 할 형편이다. 즐거운 주말 저녁 식탁에서 가족끼리 이같은 가족 비애를 즐기라는 건지, 교훈 삼으라는 건지 그 의도가 수상할 정도.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행복한 여자'의 우려먹기식 소재와 제작진의 구태의연함을 비난하는 시청자 목소리가 드높다. '이런 내용의 드라마가 또 나오다니 놀랍다' '드라마를 너무 질질 끈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칭찬의 글들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열세다. 그럼에도 드라마 시청률은 계속 고공비행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고, 진부한 소재를 계속 우려먹는 제작진의 심경 한 구석이 엿보이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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