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지난 25일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해 LG 트윈스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친정팀 현대 유니콘스의 홈구장인 수원구장을 방문한 김재박(53) 감독은 바뀐 환경에 낯설어하면서도 팀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에 은근히 걱정했다.
김시진(49) 현대 감독의 초대로 예전 자신의 방을 찾은 김 감독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라며 현재 LG 팀 사정을 내비쳤다.
김 감독이 기대에 못친다고 언급한 부분은 투타 중에서도 야수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LG는 7회 터진 조인성의 솔로 홈런포 한 방으로 1-0으로 신승, 시범경기 6전 전패 끝에 첫 승을 거뒀지만 영 찜찜한 승리였다.
6회까지 병살타를 무려 4개씩이나 쏟아낸 끝에 간신히 승리한 졸전이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병살타 4개치고 이긴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공격 때 사인을 한 번도 안 냈으니 병살타가 많았다. 사인 냈으면 병살타를 그리 많이 칠 리가 없지"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팀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을 내리면서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아직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하다. 자기 욕심에 따라 야구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무작정 점수만 내려 하는 `벌야구'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벌야구'란 일종의 야구계 속어로 동네 야구를 뜻한다고.
한마디로 김 감독은 이날까지 특유의 ‘작전야구’를 구사하지 않은 채 선수들의 플레이에 맡겨 놓았는데 영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을 ‘동네야구’로 표현한 것이다. 상황에 맞게 선수들이 진루타를 치려는 의지를 갖고 공격에 임하지 않고 무조건 한 방씩만 때리려는 자기 욕심만 부리고 있는 것을 살짝 꼬집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11년간 사령탑으로 지내며 자신의 스타일로 만든 현대에 비교하면 LG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LG 선수들이 김 감독의 뜻을 이해하고 ‘팀플레이’에 우선을 둘 때 승리는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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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 3회(왼쪽)와 4회에 병살을 당하는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