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세기 초 로마 제국을 다스렸던 트라야누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시킨 이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정복하지 못한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던 켈트족이었다. 당시 켈트인들은 침입자 로마 제국의 군인들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며 처절한 전투를 펼쳤고 침략자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트라야누스의 뒤를 이은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오늘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경계 부위에 130km의 성벽을 쌓았다. 소위 하드리아누스 방벽으로 불리는 이 성벽 아래까지만 로마의 영토였던 것이다. 이후 로마는 더이상 스코틀랜드에 진출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약 1900년이 지난 현재 로마의 후예인 이탈리아인들은 다시 한 번 켈트족의 후예인 스코틀랜드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2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바리에 위치한 산 니콜라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유로 2008 B조 예선경기다. 1900년 전 전투가 스코틀랜드인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벌어지는 일전은 바로 이탈리아 축구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2006 독일 월드컵 우승팀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유로 2008 예선에서는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2승 1무 1패로 승점 7점을 확보해 조4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월드컵에서는 단 2실점만을 허용하며 멋진 수비력을 보여주었던 수비진의 붕괴가 추락의 원인이다. 이번 유로 2008 조별 예선에서 이탈리아의 수비진은 4경기에서 무려 5실점하며 무너졌다. 특히 프랑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수비진이 무너지며 1-3으로 패배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이탈리아 언론은 로베르토 도나도니 감독(43)을 맹비난하면서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도나도니 감독이 스코틀랜드를 이기지 못한다면 자신의 감독 자리도 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유로 2008 진출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코틀랜드는 4승 1패를 기록하며 B조 2위에 올라있다. 스코틀랜드는 제임스 맥파든, 크리스 보이드 등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공격수들을 앞세워 이탈리아의 구멍 뚫린 카테나초(빗장수비)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도나도니 감독이 1900년 전 트라야누스 황제의 전철을 밟아 스코틀랜드 공략에 실패할지 아니면 스코틀랜드를 정복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