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천안 현대캐피탈에게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을 지켜봐야 했던 대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 3연승으로 챔피언에 오른 것은 무적 삼성화재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한국 배구사의 한 페이지였다. 삼성화재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힐스테이트 2006~200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투지를 보여줬지만 높이와 체력의 열세를 절감하며 현대캐피탈에 패배, 3연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을 당시 "무적 삼성화재의 전력을 다시 추스리는 데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여기에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던 김세진도 시즌 개막 전 은퇴를 선언해 삼성화재가 더이상 강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식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었고 이후 줄곧 정규리그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정규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30대 초중반인 노장들로 구성된 선수들의 체력이 정규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고갈되면서 현대캐피탈에 1~3라운드를 모두 이기고도 4~6라운드를 모두 패하는 등 누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고 결국 챔피언 결정전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3연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신치용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신진식이 선수로서는 거의 끝난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팀에 신진식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 본인과 구단 의사를 타진해 다음 시즌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식이 더이상 선수로서 뛰기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화재가 9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하며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선수층이 얇아지는 부작용까지 나은 셈이다. 삼성화재의 화려한 시대를 이끌었던 김세진에 이어 신진식까지 은퇴한다면 팀 전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인천 대한항공과 구미 LIG 등은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선수를 더욱 보강하고 올 시즌보다 더욱 좋은 용병들을 데려와 전력이 평준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오히려 삼성화재가 4개 프로팀 가운데 가장 약한 전력을 보유할지도 모른다. LIG와 대한항공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면 삼성화재는 1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삼성화재의 2년 연속 준우승은 더욱 씁쓸할 수 밖에 없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