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가슴 뿌듯한 것은 나도 한국영화가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시대에 함께 하고 있다 있구나”. 3월 29일 저녁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는 한국영화를 이끄는 감독들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계 주요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완성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임권택, 그 100편의 눈부심-대한민국 영화계가 그에게 바침’이라는 헌정 시사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를 이끄는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헌정시사회장으로 부인인 채령 여사와 함께 들어섰다. 기립박수는 한동안 멈추질 않았고, 임권택 감독도 감격에 겨운 나머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임권택 감독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후배 영화인들의 찬사를 담은 특별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 영상에서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은 “100이라는 그 숫자에 좌절한다”고 했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나도 과연 일흔이 넘어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없다”고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완성을 축하하며 부러워했다. 임권택 감독의 조연출 출신인 김대승 감독은 “내 영화에 장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모두 임권택 감독님의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촬영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것들이 시도돼 도저히 쉽게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고, 이현승 감독은 “내가 영화 100편을 완성하려면 5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임권택 감독의 업적을 우러러봤다. 임권택 감독은 “내 인생의 1/3은 정일성 촬영감독, 1/3은 마누라, 나머지 1/3이 바로 나다”며 “나는 영화를 시작한 이래 무수한 스태프와 연기자들을 흡입하면서 살아왔다. 한국에서 영화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로로 이 자리에 섰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임 감독은 “처음에 해외영화제에 진출했을 때 한국영화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한국영화 부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며 한국영화가 과거와 달리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일조하게 된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또 “정말 기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후배(감독)들이 많은 걱정을 해줬고, 제작자들이 힘을 모아 임 아무개의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초반 영화제작 자체가 무산될 뻔 했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과정을 어렴풋이 털어놓았다. 부인 채령 여사도 이날 “그동안 상을 탄다고 했을 때도 기뻐하고 긴장한 적이 없는데 밤잠을 설렜다. 오늘은 임권택 감독 영화인생의 최고의 자리”라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행사는 임권택 감독에 대한 한국영화계의 신뢰와 존경,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 거는 기대감으로 영화인회의,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등 임권택 감독의 헌정행사 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가 주관했다. 한국영화의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었던 임권택 감독. 최근 한국영화가 국내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년학’이 명성에 걸맞는 관객의 호응으로 한국영화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