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김기덕 감독은 영화 ‘시간’ 언론시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은 당시 “더이상 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한국에서 저예산 영화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의미있는 발언은 “20만 관객이 내 영화를 본다면 다시 고려해보겠다”는 말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김기덕 감독은 약 8개월 만에 새 영화 ‘숨’ 개봉을 앞두고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 언론시사 및 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큰 차이가 없는 특유의 모습 그래도였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선글라스를 벗었고,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동안 김기덕 감독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변화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에서 나왔던 바람이었다. 당시 천만 관객시대에 50분의 1(20만)이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영화를 하면서 행복했다. 영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고,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사람이다”며 “과거와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감독은 “당시 난 주변사람들에게 왜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시간’ 이후 다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며 “원래 모든 것을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민감한 말을 해도 빨리 잊는다고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고,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하고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해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화 ‘숨’에서 비중있는 조연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작품 ‘숨’은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장 첸 분)와 남편의 외도를 알아버린 여인(지아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4월 19일 개봉. pharos@osen.co.kr 지난해 8월 영화 ‘시간’언론시사 및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던 김기덕 감독.
